[자유성] 어용지식인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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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1   |  발행일 2022-03-11 제23면   |  수정 2022-03-11 07:09

"권력을 갖는 데 따르는 위험·고통이 얼마만 한 것인지 느끼시게 될 것이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권력을 잘 사용하기를 부탁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이 10일 KBS 대선 개표방송 막바지에 한 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던진 충고의 메시지인데 묘한 느낌을 준다. 유 전 이사장의 입에서 권력의 부작용이 거론될 줄은 몰랐다. 문재인 정권 들어 '어용지식인'을 자처했던 유 전 이사장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스피커 역할을 충실히 했다. 지난 총선 때 보수진영에서 세종대왕이 나와도 안 찍는다고도 했다. 지식소매상의 타이틀을 달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랑을 받았지만, 진영 논리에 매몰돼 추락한 지식인의 민낯을 보여줬다. 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어용지식인은 삼겹살을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라든지 친일파 독립운동가라는 말처럼 대단히 기만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윤 당선인을 향한 유 전 이사장의 지적인(?) 당부는 이질적이다.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하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의 청부업자 역할을 했던 사람"(한동훈 검사장)이 맞나 싶다. 뒤늦은 자기 고해로 읽힌다. 권력을 잃고 새삼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다시 '그냥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감탄스럽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이 곧 들어선다. 어쩌면 보수 친화적인 어용 지식인이 등장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국민통합을 실천하려면 입에 혀처럼 구는 어용지식인을 멀리해야 한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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