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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광훈〈소설가〉 |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인생이 바뀌었다'로 시작하는 소설 '새로운 인생(오르한 파묵·민음사)'은 대학 생활에 염증을 느낀 오스만이란 청년이 터키 전역을 버스를 타고 끝없이 여행하는 로드무비와도 같은 이야기다. 낯선 주문처럼 다가오는 주인공의 음울한 독백과, 서술과 묘사가 기묘하게 어우러진 신비로운 문체는 기존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또 다른 신선함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작가는 책의 전반부 대부분을 오스만이 사랑했던 자난이라는 여학생과 그녀가 들고 있었던 책, 그리고 그 책의 영향으로 오스만의 인생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그중 '내가 유일하게 두려웠던 것은 책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와 같은 문장은 현재 내 상황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는 시인(詩人)이 되고 싶었다. 유쾌한 가인(歌人)이 되어 내 존경하는 시인 한 분에게 '형'이라 불러보는 것, 그것만이 내 청춘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난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시를 읽고, 시를 썼으며, 시처럼 살았다. 하지만 난 결국 시인이 되지 못했고, 그는 소설가의 길로 막 접어들고 있었다. 문예지를 통해 간간이 발표되는 그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난 왠지 그가 이상한 괴물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는 자본과의 타협을 모색 중이었고, 이후 난 첫사랑의 추억을 상기하듯 암흑의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그의 옛 노래들을 구슬피 읊조려야만 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책에서 멀어지는 것….
솔직히 고백건대 독서나 창작에 대한 초발심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 '시인'과의 거리만큼 말이다. 이러다 알 수 없는 고독과 폭력으로 인해 내 자신의 내면이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면 난 무엇으로 '눈의 정적'과 '나무의 무관심'을 치유할 수 있을까. 내 삶의 유일한 비상구로 선택했던 문학마저 잃게 된다면 그때 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노래하고 있을까. '새로운 인생. 난 두려워하지 않아. 끝까지 갈 수 있어'란 주인공 오스만의 확신에 찬 외침처럼 난 그 어떤 의심과 두려움도 없이 내가 선택한 새로운 인생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광훈〈소설가〉
우광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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