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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구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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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선거 전인 지난달 18일 구미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
KTX 고속열차(정차)는 구미의 숙원이다. 그동안 구미시와 지역 정치권이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초단체 공약에 'KTX 구미역 정차'와 'KTX 구미5산단역 신설'을 포함시키면서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구미를 찾아 "구미의 제2의 영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의 KTX 공약이 떠나던 기업의 발길을 다시 구미로 되돌리고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TX역 필요성
구미에서도 KTX가 정차하던 때가 있었다. 2007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하루 8회(상·하행 각 4회) 구미역에 정차했다. '꿈의 교통수단'으로 불리던 KTX는 당시 구미를 전국 일일생활권에 편입시킨 것은 물론, 내륙 최대 수출산업단지 구미를 알리는 데도 역할을 했다. 운행 1년 만에 이용객 20만명을 돌파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 11월 김천혁신도시에 KTX김천(구미)역이 신설되면서 구미역에는 더 이상 KTX가 서지 않는다. 이후 구미에선 10년 넘게 KTX 구미역 정차 또는 KTX역 신설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올해 53주년을 맞은 구미국가산업단지는 5개 단지에 총 38㎢(1천150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내륙 최대 산단이다. 지난해 구미산단 수출액은 296억 달러로 경북의 66%를 차지했다. 앞서 2013년엔 최대 수출 실적인 367달러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수출의 11%를 담당하는 등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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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 노선 계획도.김영식 의원실 제공 |
하지만 구미산단은 KTX역 부재 등 불편한 교통환경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경제 외형이 축소되고, 기업 유치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2009년 구미는 전국 기초단체 중 수출액 1위를 놓치지 않았으나 2010년부터 수도권 인접 지역인 충남 아산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충남 아산의 수출액은 구미의 3배에 달한다.
그뿐 아니다. △중부내륙선(이천~충주~문경) △남부내륙선(김천~진주~거제) △문경·경북선(문경~김천) △서대구KTX역 신설 등으로 구미 인근 지역 교통환경은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구미만 소외되고 있다. KTX 김천역에서 구미산단까지 차를 타고 가도 40분 이상 소요된다. 그런데 KTX 김천역 이용객의 80%는 구미산단을 방문하는 바이어·출장자·근로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공항과 KTX 관계
제조업 생산기지 구미는 기업투자 확대와 정주 여건 개선이 가장 절실하다. 이를 풀어줄 열쇠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향상'이다. 특히 KTX역은 인재를 끌어와 R&D(연구개발) 중심의 첨단산업 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정지인 군위·의성과 구미5산단은 직선거리로 약 10㎞에 불과하다. 통합신공항을 사실상 '구미공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통합신공항 조성에 따른 급증하는 수요를 감안하면 구미 KTX 정차 및 역 신설의 당위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구미산단 기업인 이모 씨는 "투자자와 기업인의 1순위 요구사항은 KTX"라며 "대구경북을 이끄는 구미에 KTX역을 만들어 재도약의 불씨를 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구미산단이 교통오지로 전락해 기업투자가 끊기고 기업경쟁력이 떨어지면 이는 곧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구자근(구미갑)·김영식(구미을) 국회의원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1단계 'KTX 구미역 정차'와 2단계 'KTX 구미5산단역 신설'을 구미지역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두 의원이 정책·공약을 총괄하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에 올려 채택됐다. 국민의힘 보좌관 A씨는 "선거법이 있기 때문에 아무 공약이나 채택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의 KTX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 당선인은 구미를 찾아 "대기업이 스스로 구미에 내려올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두 가지 방안의 고속철
'KTX 구미역 정차'는 경부고속철 KTX·SRT가 김천역을 거쳐 구미역에 정차하는 방안이다. 현재 김천~거제를 연결하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에는 김천보수기지(경부고속선)와 김천역(경부선)을 잇는 연결선(2.2㎞) 구축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 연결선을 이용해 구미역에 정차시키자는 방안이다. 김영식 의원은 "KTX 구미역 정차 방안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2.2㎞ 연결선은 남부내륙철도 사업비로 추진되기 때문에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김천역~구미역~서대구역 구간은 기존 경부선을 활용하는데 이 구간은 대구권 광역전철 구축 사업으로 선로가 계량화하기 때문에 고속열차도 다닐 수 있다. 이 구간의 열차 운행 속도는 'KTX-이음'(최고 시속 270㎞)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KTX와 SRT의 설계 최고속도는 시속 330㎞이지만 철도 운행법상 최고 속도는 시속 300㎞로 제한돼 있다.
김 의원은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구축 사업은 2027년 완공 예정이다. 2.2㎞ 연결선 구축은 남부내륙철도 사업 중 가장 빨리 시작되기 때문에 KTX 구미역 정차는 2027년보다 일찍 실현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구미시·경북도와 협의해 국토부에 사업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KTX 구미5산단역 신설' 공약도 포함시켰다. 이 방안은 고속열차가 서울 수서를 출발해 충주·문경을 거쳐 상주에서 김천 방향으로 가는 남부내륙선을 분리해 5산단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KTX와 SRT가 김천역을 거쳐 구미역에 정차하는 방안을 국토부와 협의 중이며, 장기적으론 구미5산단역을 통해 서울 수서방향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 계획이 반영되면 향후 구미는 서울 강북방향(서울역)과 서울 강남방향(수서역)으로 향하는 고속열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철도교통의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결 과제도 많아
윤 당선인의 구미 KTX 공약 실행까지는 해결 과제도 많다. 앞서 구미지역은 KTX를 놓고 의견이 반쪽으로 갈라졌다. 구자근·김영식 국회의원 등 국민의힘 측은 KTX 구미역 정차를 주장하는 반면,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진영은 칠곡군 약목면에 KTX 구미산단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오는 6·1지방선거 때 KTX역을 놓고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시민은 "윤석열 당선인이 갈라진 지역 민심을 봉합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 다른 과제는 경제성 논리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미시 한 간부 공무원은 "지방에서 유치를 시도하는 국가사업은 경제성 논리로 접근할 경우 합격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국가균형발전 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자근·김영식 국회의원 측은 "2026년에 시작되는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시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대선공약 우선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조규덕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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