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왜 여기서 나와?" 배우들의 잇단 예능 출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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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7  |  수정 2022-03-17 07:54  |  발행일 2022-03-17 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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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SNL코리아.
"이병헌이 왜 여기서 나와?"


지난해 9월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첫 방송의 포문을 연 배우 이병헌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거침없는 풍자와 패러디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코믹 연기와 댄스로 반전매력을 선사한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각인된 반듯한 이미지에 더해 한층 인간미 있고 친근한 매력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비단 이병헌에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최근 들어 이미지와 개성을 앞세웠던 배우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 단발성 출연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 자리를 꿰찬 경우도 심심찮다.

◆서로의 니즈에 부합


개그맨들이 입담과 개인기를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 예능이 이젠 배우들의 자기 홍보와 다양한 필모를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수단이 되고 있다. 신작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성 출연 목적도 빼놓을 수 없다. 홍보성 출연은 예능이 낯선 배우들에게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 경우처럼 이미 촬영된 VCR을 보면서 진행자들과 편하게 얘기를 주고 받는 '관찰자' 입장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게스트 섭외에 목말라 있는 제작진과 작품 홍보가 필요한 배우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보편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예능 출연을 꺼리는 배우들도 적잖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다가 오면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지난 2017년 KBS 2TV 예능 '하숙집 딸들'에 출연했던 배우 이미숙은 "배우는 작품 속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능 출연은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무너지는 모습이 과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예능 출연을 결심해야 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가진 고민이다. 하지만 주류 트렌드가 된 관찰 예능은 이런 부담을 상당부분 완화시켰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예능 콘셉트가 됐기에 재미와 웃음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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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대세가 된 관찰 예능


연예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노출시킨다는 건 어찌보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대중은 예능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이에 발맞춰 배우들도 편하게 예능 출연을 선택하고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걸 중시한다. 배우들의 예능 진출은 이미지 변신 외에 연기 공백기에 시청자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계산도 작용한다. 예능에서 활약하는 배우 대부분이 작품을 쉴 때 예능에 진출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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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동일·김희원 등이 출연한 예능 바퀴달린 집.

tvN '어쩌다 사장2'를 보더라도 잠시 공백기를 갖고 있는 조인성·차태현과 함께 매회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건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들이다. SBS '써클 하우스'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예능 MC를 맡은 한가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KBS 2TV '1박2일'은 배우 연정훈에 이어 최근 나인우를 새 식구로 맞았다. 앞서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선 차승원·유해진, '바퀴달린 집'에선 성동일·김희원 등이 활약했고, MBC '나 혼자 산다'의 성훈, KBS 2TV '편스토랑'의 류수영·한지혜·김재원, SBS '골때리는 그녀들'에도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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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중견배우들에게도 예능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좋은 매개체가 되고 있다. 시즌3을 맞이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박원숙·김영란·김청 등이 출연해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그들의 동거 생활을 관찰 예능 형식으로 담아내 반향을 일으켰
다.

◆예능을 대하는 달라진 시선

예능 속 이미지가 고착되면 연기 활동에 제약을 받을 위험은 존재한다. SBS '런닝맨'을 통해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광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정극 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예능 속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이 작용하는 건 사실이다. 예능을 통해 오히려 이미지가 좋아지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윤식당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등이 출연한 윤식당.
대표적으로 이서진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삼시세끼'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 참여하며 다시금 톱스타로서의 위상을 회복했다. 이서진은 최근 예능으로 쌓아온 친근함을 티빙 시트콤 '내과 박원장'을 통해 제대로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예능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윤여정 역시 '꽃보다 누나'에 이어 '윤식당' '윤스테이'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을 크게 히트시켰다. SBS '런닝맨'을 "삶의 일부"라고 밝힌 송지효는 "예능을 통해 잃은 것은 전혀 없다. 예능에서 생긴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오히려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 것 같고 얻은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삼시세끼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등 톱스타들이 출연한 삼시세끼 어촌편.
최근에는 시즌제 예능이 일반화돼 배우들의 본업인 연기 생활과의 병행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수년 간에 걸쳐 매주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예능이 본업이 아닌 배우들 입장에서는 큰 짐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2∼3달 정도 투자해 시즌제로 이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부담이 적다. 이런 예능 제작 패턴의 변화는 배우들의 적극적인 예능 참여를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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