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새롭게 부활한 영·호남 신년교류회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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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4 06:00  |  수정 2026-01-13 16:22  |  발행일 2026-01-14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영원한 이웃 정다운 자매 형제, 호남과 영남이 가장 씩씩한 자제들을 골라 광주와 대구에서 해마다 번갈아가며 야구시합을 가진다(중략). 던져라, 때려라, 달려라, 우리 호남의 아들아, 영남의 아들아, 첫가을 드높은 창공 가득히 백구를 날리고 함성을 울리고 우리의 정을 굳혀라." 1975년 9월7일자 영남일보 '자유성'에 게재된 글이다.


1945년 광복둥이로 태어난 영남일보는 1970년대 초부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싹튼 영·호남 지역감정과 갈등의 씨앗을 없애기 위한 한 방편으로 75년 9월4일 호남의 전남일보, 전남매일신문과 공동으로 '제1회 국무총리 쟁탈기 영·호남 고교야구대회'를 열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고교야구와 함께 이듬해부턴 '국회의장기 영·호남 고교축구대회'도 함께 개최했다. 광주공설운동장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회에는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경북도지사와 전남도지사, 대구시장과 광주시장, 여야 국회의원 등도 함께 참석해 축사와 시구를 했다. 하지만,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야구와 축구대회는 각각 1980년 6회와 5회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신군부에 강제 중단된 영남일보의 사업은 운동대회뿐만이 아니다. 영남일보는 지역 상공회의소와 함께 1950년부터 매년 1월1일 수백 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교례회를 개최했다. 최초의 장소는 대구 중앙국민학교였고, 66년부터 고려예식장에서 열렸다. 회비는 70원에서 100원, 150원, 200원 매년 조금씩 올랐다. 그러나 이것 또한 1980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11월25일 강행한 언론 강제 통폐합으로 신년교례회는 이듬해부터 통합신문사에 넘어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고 불법으로 탄생한 5공화국은 양심적 언론에 재갈을 물려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탄압했다. 설상가상 정치권은 지역감정을 선거전략으로 악용하면서 영·호남 갈등은 깊어지고 심지어 혐오와 차별에까지 이르러 사회 문제가 됐다. 권위주의 시대 그 권력에 붙어 이득을 본 기회주의적 언론은 반성과 참회는커녕 지금도 백년하청인 듯하다.


영남일보와 무등일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오늘 오후 2시 국회박물관(국회헌정기념관)에서 공동 개최하는 '2026 영·호남 국가균형발전 공동선포식 및 신년교류회'는 그래서 의의가 더 있다. '교례회'를 '교류회'로 바꾼 건 새해를 계기로 영남 사람끼리 단순히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만남이기보다 호남인과의 실질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실리를 찾고자 함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에 기울어진 정치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 정치적 진영을 넘어 지역 생존과 균형발전을 고리로 새로운 협력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함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인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여기엔 군공항 이전사업 국가재정 투입, 달빛내륙철도 조기 착공, 국립의과대 설립과 같은 구체적인 공동 요구사항도 들어 있다. 영·호남의 정치인이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상생과 협력을 주제로 대규모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교류가 상호간 정치적 바이어스(Bias)를 허물어뜨리는 마중물이 돼 정치 제도 변화에까지 이르게 되길 간곡히 바란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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