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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후 |
가끔 우리는 인류가 긴 역사 속에서 쌓아온 수많은 노력이 모두 무너져 내린 미래를 상상해보곤 한다. 인류의 문명이 완전히 붕괴하거나 전혀 이상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힘의 논리와 공포만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지배하는 '망한 세상'.
오늘날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흥미로운 소재로 다루어지는 인류의 실패한 미래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먼저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어로, 현대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이 가장 극단적인 방향으로까지 표출된 불행한 미래상을 그려낸 것이다. 대개 사회 비판적인 풍자가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작품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빅 브라더'로 상징되는 전체주의적인 독재 권력이 사람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사상통제용 언어를 만들어 생각의 자유까지 통제하려 하는 공포스러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인류 문명이 멸망하고 난 이후의 암울한 미래상을 그려낸 것으로, 이때 멸망의 원인은 기후 위기, 핵전쟁, 전염병, 기계의 반란, 좀비의 창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시된다. 폭발적인 자동차 액션 신으로 유명한 영화 '매드 맥스' 시리즈는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 맥스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인류가 멸망한 후 홀로 살아남은 과학자 네빌이 다른 생존자를 찾아 나서던 중 좀비와 유사하게 변한 변종 인류를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는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AI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속에서 인류가 철저히 통제되고 지배당하는 충격적인 미래의 모습과 영화가 전하는 꿈과 현실, 선택에 대한 진중한 메시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거기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에 대항해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작품 속 캐릭터들처럼 코로나19가 끝없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재도 우리는 계속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닥쳐오든 함께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키케로의 말대로, 분명 우리에게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손연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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