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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
고대의 어원을 되짚어 올라가면 뮤지엄이란 '뮤즈들이 거처하던 작은 언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뮤즈는 신이 인간에게 주는 예술적 영감의 매개자이다. 그래서 뛰어난 천재성을 나타내는 예술가들 곁에는 종종 뮤즈가 있었다.
뮤지엄을 가면 우리는 크게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하나는,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작품 앞에서 느끼는 '순수한 감동'이며, 다른 하나는 기존의 지식과 개인적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는 '해석의 과정'이다. 뮤지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러한 경험들을 축적시켜 더 의미 있고, 더 자주 찾아가고 싶은 '감동의 뮤지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작품들, 널리 알려진 명화나 첨단기술과 예술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신기한 설치작품들은 일명 '감동의 뮤지엄'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뮤지엄은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호기심 캐비닛'을 연상시킨다. 호기심 캐비닛이란 신기한 것들의 방, 즉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집품들을 모아놓은 사적인 성격의 작은 방을 의미한다. 당시에는 주로 메달, 골동품, 박제된 동물이나 곤충 표본, 조개나 화석을 비롯한 온갖 자연사 유물들, 명화나 조각 등 예술작품들을 진열해두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뮤지엄은 귀족, 예술 애호가, 학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담은 소우주 같은 컬렉션에서 출발한 공간이지만 역사, 계몽주의, 전쟁과 트라우마, 공공 의식 등과 충돌하면서 오늘날처럼 모두에게 개방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뮤지엄은 매우 근대적이고, 공동체적이며, 도시적인 장소이다. 고전적인 유물이나 순수하게 예술만을 지향한 작품들, 관객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들과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져지는 수많은 문제들을 예술로 다룬 사회참여적 작품까지 실로 다양한 부문을 포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시대가 변하면서 과거 '보관하는 미술관'에서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역할 변환에 성공하고 있는 뮤지엄에 필수불가결하며 절대불변의 요소 중 하나인 관람객, 바로 '우리'이다. 뮤지엄에서 우리는 사적인 작은 방이 아닌 모두에게 관람이 허용된 넓은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관람한다. 그러나 저마다 경험하는 느낌과 떠올리는 기억들은 다분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럽다. 뮤지엄에 간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어떠한 집단적 사유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자신만의 내적 클라우드에 호기심 캐비닛을 만들어놓고 온다면 그것만큼 짜릿하고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뮤지엄들이 있다. 호기심이 많은 탐험가라면 이번 주에 뮤지엄 방문을 추천해 본다.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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