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을 사랑했던 메디치 가문

  •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 |
  • 입력 2022-04-18  |  수정 2022-04-18 08:03  |  발행일 2022-04-18 제21면

2022041701000497900020571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작년 한 해 한국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이건희 컬렉션'이다. 세기의 기증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겨났던 이 사건은, 고(故) 이건희 회장과 그의 가족이 오랫동안 수집했던 국보급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작품 2만3천여 점을 국내 주요 국공립미술관에 기증한 일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기에 작품을 기증받은 미술관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기증작을 공개하기 위해 순발력 있는 운영의 묘미를 보여야 했다.

필자는 이건희 컬렉션이 한국 사회와 미술계에 미치는 파장을 보면서, 예술가에 대한 후원과 막대한 양의 작품 기증으로 전설이 된 메디치(Medici) 가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아낌없는 후원으로 상업도시 피렌체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들어놓은 가문이 바로 메디치가(家)이기 때문이다. 15세기에 처음 등장한 이 가문은 약 300여 년간 피렌체와 토스카나 지방을 다스렸고, 두 명의 프랑스 왕비와 세 명의 교황을 배출했다. 다시 말해 메디치 가문은 비단 예술에만 조예가 깊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와 상업 그리고 종교계까지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안이었다는 것이다. 메디치 가문의 선조는 토스카나 지방에서 농사를 짓다가 피렌체로 옮겨와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하며 집안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 가문의 모든 사람이 다 예술의 가치를 알았던 것은 아니다. 메디치가(家)의 명성은 세대를 걸쳐 가문의 뛰어난 몇몇 인물들이 타 귀족들처럼 보여주기식의 예술가 지원이 아닌 진심으로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수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메디치 가문의 후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피렌체 두오모 광장에 있는 산타 마리아 피오레 대성당과 바로 그 옆에 있는 성 조반니 세례당에 얽힌 이야기로 유명한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 역시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간 예술가다. 또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1세는 피렌체의 그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을 지었고, 화려한 조각과 금속세공 작품으로 유명한 벤베누토 첼리니와 역대 르네상스 예술가의 전기를 집대성한 조르조 바사리를 적극 후원했다.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인 마리아 루이자는 생을 마감하기 전, 가문의 예술품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모든 소장품을 국가에 기증했다. 그렇게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에서 꽃피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지켜낸 것이다.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했던 한 가문의 작품 기증이 후대까지도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기자 이미지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