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리로 듣는 현대미술

  • 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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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5  |  수정 2022-04-25 07:40  |  발행일 2022-04-25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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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매년 9월이 되면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린츠는 예술과 기술의 조합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 과학자, 공학자들로 북적인다. 바로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가 열리기 때문이다. 1979년에 창설된 이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 국영 방송사의 지부장이었던 레오폴스세더, 작곡가이자 전자음악가 보그너마이어, 물리학자이자 사이버네틱 아티스트인 프랑케, 그리고 음악 프로듀서 울리히 뤼첼이 만든 것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주인공 4인방 중 3명이 음악과 관련이 있어서일까? 페스티벌 첫 개최 이래 지금까지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클랑보케(야외 음악회)'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자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시작을 알리는 간판 작품이다.

클랑보케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개관전 프로젝트 '당신의 라디오를 창문에 놓아두세요'를 통해서였다. 린츠 시민 대다수가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이 프로젝트는, 특정 시간 동안 린츠의 중심인 도나우 강 주변을 시작으로 린츠 출신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심포니 교향곡 8번 C 마이너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약속한 그 시각에 도시를 이동하는 모든 택시와 자동차 그리고 각 가정의 시민들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서 이 거대한 음악 실험에 동참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이 프로젝트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현대미술 페스티벌의 일부라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미술은 음악의 영역에 있던 사운드를 미술의 확장된 범주 안으로 자연스럽게 초대했다.

2013년, 같은 대학원 동문 4명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인터미디어 쉐프(Intermedia Chef)'가 '더 하프'라는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프릭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당시 수상자 중 한국인은 이들이 유일했다. 이 작품은 스피커 우퍼 100개 위에 비닐을 씌워 그 위에 밀가루를 덮은 뒤 사운드의 강렬한 진동이 특정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작품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현대미술의 한 파트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운드 아트는 시각예술에 청각적 요소를 융합한 것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와 침묵까지도 작업의 재료로 삼고 있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는 미술관의 슬로건이 '미술을 들으러 오세요'라고 바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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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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