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 권지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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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5 07:58  |  수정 2022-05-25 08:02  |  발행일 2022-05-2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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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방송작가>

방송은 참 경우가 없다. 만남과 이별에 있어서는 더더욱.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는 이른 아침이건 늦은 밤이건 무턱대고 연락해 당장 출연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 막상 방송이 끝나면 처음부터 몰랐던 사람처럼 안녕하고 끝나니 말이다. 그런 만남과 이별은 방송 판에서 6개월에 한 번씩은 꼭 생겨난다.

바로 봄, 가을 개편을 할 때, 프로그램별로 구성을 새롭게 할 때이다. 그러다 보면 꼭 없어지거나 새로 생겨나는 코너가 생기고, 그에 따라 출연진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별'을 통보해야 하는 건데, 말이 좋아 이별이지 사실상 '해고'의 다른 말일 수도 있겠다.

이번 봄에도 어김없이 개편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대대적인 개편이었던 터라 제작진은 물론 프로그램 내용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4년 동안 출연해오던 게스트의 코너가 종료됐다. 이별 인사를 해야 했다. 일하다 보면 충분히 이해하는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고 쓸쓸하다고 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방송에 애정을 가졌던 모양이다.

가수 김건모의 노래 가운데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곡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노래는 이별을 '슬프지만 견뎌야 하며, 슬픈 사랑은 너 하나로 충분하다'며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이별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 모든 이별이 모든 사람에게 적당하지는 않다. 양쪽 중 한쪽은 늘 부당하게 느끼게 마련이다. 연인 사이건, 직장 동료 사이건, 친구 사이건 누구 한쪽은 분명 섭섭하게 돼 있다. 감정의 크기란 반드시 같을 수 없으므로.

살다 보면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이별을 겪는다. 나는 방송작가라는 직업 때문에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단위로 잦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참 어렵다. 기분이 상하지 않게 혹은 오해를 하지 않도록 잘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완벽한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한 나의 노력 또한 완전치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만남과 이별 사이에 존재할 얼마간의 진심이 닿을 수 있길, 그리고 그 언젠가 나에게 다가올 이별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길.권지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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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방송작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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