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불편한 편의점

  • 박기원 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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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7   |  발행일 2022-05-27 제14면   |  수정 2022-05-27 07:49

[포맷변환]박기원

편의점이 불편하다고?

내가 알고 있는 편의점은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 있고, 잠을 쫓기 위해 간식거리를 사는 곳이다. 또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아직까지 편의점 도시락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내게 그 공간은 아직도 불편하게 느끼는 곳이다.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는 2013년 망원동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에는 청파동의 한 편의점을 무대로 우리 이웃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고 재충전하는 '마음의 쉼터'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부족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편의점 사장 염영숙 여사 주위로 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코올 중독의 기억상실 노숙자 '독고', 취준생이지만 알바가 더 잘 어울리는 '시현', 집 나간 골치 아픈 남편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들을 둔 중년의 알바 '오선숙', 하루하루의 일상을 고단하게 살며 참참참(참깨라면, 참이슬, 참치김밥)세트로 유일하게 위로를 얻는 가장이자 직장인 '경만', 이번에 안 되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작품을 쓰고자 청파동으로 들어온 희극작가 '인경', 엄마의 편의점을 정리해서 사업자금으로 쓰려고 하는 편의점 사장의 아들 '민식' 등의 인물들이 불편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울고 웃으면서 부족한 점을 하나씩 찾아가며 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편의점 5만 점포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 유명 편의점의 신규 점장 4명 중 1명이 20대라고 한다. 힘든 사회의 모습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작가는 숨통을 조여오는 팍팍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가기를 원하는 것 같다. 우리도 한 번쯤 불편한 편의점에서 만나는 누이 같은 2030의 알바생이나 곰 같은 5060의 삼촌들, 그리고 그곳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웃들에게 염여사와 독고 같은 마음으로 따스한 눈길을 보내주면 어떨까?

박기원〈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부 회장 (주)한우리건강의료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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