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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
지난 글에서 커피를 이야기할 때 생각나는 작가로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를 꼽았다. 그의 섬세한 감수성은 쇼팽에 가깝지만, 그가 보여줬던 문학적 야심을 떠올리면 같은 '나폴레옹 세대'인 베토벤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
이번엔 거꾸로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와 어울리는 커피를 찾아본다. 에스프레소로, 묵직한 쓴맛에 단맛이 깊이를 더해주는 예멘 원두가 어울릴 것 같다. '클래식음악사는 베토벤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베토벤은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클래식 작곡가 루트비히 폰 베토벤은 고전시대와 낭만시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피아노곡뿐만이 아니라 교향곡이나 실내악곡 등 악기와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대곡을 남겼다.
그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와도 같은 곡이다. 소나타의 규모를 오케스트라에 견줄 만큼 웅장하고 장대하게 확장시켰고, 소나타의 형식에 대한 많은 실험과 변형을 시도한 이 곡들은, 이후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소나타를 작곡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역할도 했다.
32개의 소나타 중 마지막 5개의 후기 소나타는 베토벤이 형식을 중시했던 고전적 양식에 본인의 감정과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들로서, '개인'과 '감정'을 중시했던 낭만주의의 특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바로크 시대의 푸가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종교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내는, 연주자들에게는 '신약성서'와도 같은 곡이다.
병세가 깊어진 (그의 주치의는 술과 커피를 피하라고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베토벤이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보며 작곡한 이 후기 소나타들은 젊은 연주자는 그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고 평할 정도로 그 음악적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베토벤은 모닝커피에 집착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완벽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그는 정확히 60개의 커피콩을 일일이 센 다음 브루잉을 했는데 이는 드립 커피보다도 당시 개발되지 않았던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의 양에 들어맞는다.
아무래도 역사가 깊은 클래식 음악에는 원두 본연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에스프레소가 어울리는 것 같다. 마침 지금 한국도 유행처럼 곳곳에 에스프레소 바가 생겨나고 있다. 음악이든 커피든 취향은 다양할수록 좋다. 돌이켜 보면 좋은 것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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