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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주인공으로, 동반자로 하는 SF영화는 많다. 이 영화가 독특한 점은 지적인 여성이 주인공이고, 상대 로봇이 남자라는 점,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철학적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코미디를 표방함에도 독일 영화답게 꽤 진지하다. 엠마 브라슬라브스키의 단편이 원작인데, '파니 핑크'의 배우로 유명한 마리아 슈라더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OS(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그녀 Her'(2013)와 비교되는데,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닮았다. 파트너인 상대 기계(?)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점도 같다. 하지만 톰은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인의 절절한 외로움을 다루는 점은 닮았으나, '아임 유어 맨'이 좀 더 낭만적이고 희망적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유머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알마는 고대문자를 통해 고대에도 시와 같은 상징이 있었음을 연구한다. 좋아하는 시가 뭐냐는 말에 로봇 톰은 릴케의 '가을날'을 말한다. 인간의 외로움과 방황을 아름답게 드러낸 시다. 영화가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런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거라고. 에픽 페일(Epic Fail), 즉 실수를 모아둔 비디오를 보여주는 장면도 그 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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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
시간을 착각해서 중요한 모임에 늦은 어느 날, 이 영화는 꽤 위로가 되었다. 평소 실수를 싫어하고 수치스러워했지만,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너그럽게 자신을 토닥이게 되었다. 우리가 이토록 불완전하지 않다면 사랑도, 관계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측은히 바라보며 허용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인간을 통찰하게 하는 이 영화, 참 좋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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