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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현<시인·평론가> |
이달 말까지가 마감인 청소년 시 장르에 대한 평론 원고 작업을 하고 있다. 이달 말쯤 청소년을 위한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기도 하고, 교육원과 학원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해서, 요즘은 내내 이 여름과 어울리는 푸름, 청(靑)의 감각을 끊임없이 마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창작자로서의 삶과 입시교육 안에서의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마침 이번에 나올 청소년시집에 실린 시 중에 '윤동주 일차원'이라는 작품이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하늘 아래 물결 밑줄/ 화자의 양심을 드러내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적어라 // 잎새에 이는 바람/ 바람에 동그라미 치고 시련과 고난/ 내면을 흔드는 존재라고/ 적자" 이렇게 시작된다. 청소년들의 실제 문제집을 보면 윤동주 시의 구절구절마다 의미와 각주가 달려 있는데 그게 꼭 발목에 찬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워 보인다. 시에 의미를 더하지 않고 읽는 방법이란 건 사실 없다. 사람이니까. 그러니 저마다 읽고 싶은 대로 읽을 때 발생하는 의미는 분명 유효할 것이다. 반면 저 선생님 화자의 명령형 문장들은 청소년들의 읽기와 쓰기를 일종의 노동으로 바꾸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단 하나의 길만 고집한다.
이번에는 윤동주 시 '별 헤는 밤'에 대한 전혀 다른 방식의 독법. "이 시에서 헤아려지는 모든 별은 총체적인 숫자로 환원되거나 동일화되지 않고, 그저 각각의 고유한 감성적 대상과 연결되는 것으로 그 의미를 다한다." "윤동주는 이 시에서 '세다'가 아닌 '헤다'라는 술어를 시어로 택했다. (중략) 이 고통에의 민감한 정신은 생명을 세지 않고 헤아려 보려 한 윤리적인 태도"라는(고명재, 「윤동주 시의 부끄러움과 '보편지향성'」) 이 말은 논문의 한 구절이지만 어떤 위로처럼 다가온다. 윤동주 시를 다룬 이 읽기는 시의 해석지평을 무한히 열어주는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누구나 윤동주와 같이 별 하나에 자기만의 의미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자기 세계를 펼쳐보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응원과도 같다. 시 또한 세는 대상이 아니라 헤아림의 대상이며, 그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는 점. 언어의 모난 데를 부드럽고 순하게 깎는 이들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김준현<시인·평론가>
김준현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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