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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현 (방송작가) |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지역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광주 지역 작가들과, 지난 17일에는 부산지역 작가들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어쨌든 참석한 작가들은 현재 상황과 개선해 나가야 할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고 나눌 수 있었던, 나름 벅찬 시간이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창립한 지 이제 5년이 된 단체다. 놀라운 건 어느 특정 사업장이 아닌 전국 각 지역 각 방송사 작가들이 조합원들이라는 점이다. 1년 가야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지만, 우리는 5년 동안 느슨하면서도 단단히 연대해 왔다.
처음 이번 간담회를 지원해 주던 한국고용노동연구원 담당자는 이런 노조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늘 얼굴을 맞대고 의사결정과 단체행동을 해왔던 고전적인 방식의 노조와는 형태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은 진짜 '형식'에 불과하다. MZ세대 노조가 이름마저 가린 채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서 모이고 행동하고 있으니까.
'노조'라는 단체를 만들고 함께 마음을 모아온 지도 5년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방송 사상 최초로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을 법적으로 인정을 받아냈지만, 아직 현장 적용은 요원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전국의 350여 명의 작가는 이탈을 감행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하고 있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간담회의 주제는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조합원의 의미'다. 지난 5년을 지나오면서 조합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우리 내부적으로 다시 짚어보고 새롭게 다짐해보자는 취지다. '노조'라고 하면 흔히 철탑 위의 노동자와 붉은 머리띠, 팔뚝질을 연상한다. 물론 먹고 사는 일에 극한 상황이 생기면 부득이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노조는 목소리다. 일하는 사람이 일한 만큼의 마땅한 대우를 요구하는 목소리.
책 '그냥, 사람'에서 홍은전 작가는 "차별이 없는 세상이 아닌 싸우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한다. 나 또한 부당함에 주저 없이 말하고,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느리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을 희망한다. 그리하여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인 나의 바람은 소멸하지 않는 것, 같이 오래도록 함께 가는 것이다. 안전하게.
권지현 (방송작가)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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