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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
예술가가 남긴 작품이나 음악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곤 하지만, 막상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고립된 상태로 자기 자신과 싸워온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길도 목적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예술의 세계에서 믿고 기댈 것은 자기 자신 외엔 없다.
캐나다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매우 낮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피아노를 쳤고, 연주 때마다 본인의 의자를 갖고 다녔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협연이 있을 때도 다리를 꼬고 연주를 하며, 지휘자와 타협하는 일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친구를 사귀기보다 홀로 산책을 나서고 동물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으며, 6월에도 두꺼운 코트에 장갑과 머플러를 착용하고 다닐 정도로 꽤 특이했던 인물이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기가 만든 세계 안에 갇혀 살았던 그는 매우 낮은 의자에 앉아 건반 가까이 얼굴을 대고 허밍과 함께 연주하는데, 그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 피아노와 일체화된 하나의 악기 같은 인상을 준다.
굴드가 연주한, 역대 최고 클래식 음반 중 하나로 꼽히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면 그의 이러한 삶이 한순간에 이해가 될 것이다.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작곡가 중 하나인 바흐의 곡을 이렇게 연주해내기까지, 그가 감당해왔던 싸움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했는지 느껴지는 연주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고독하고 외로운 삶을 살았다. 생전 그림 1점밖에 팔지 못했지만, 굽히지 않고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던 그의 열정과 집념. 지금은 남겨진 작품들로 그의 삶을 짐작해볼 수밖에 없다. 귀가 잘린 자화상을 비롯해 그의 작품들에서 늘 엿보이는 착란적인 표현과 색채를 보고 있으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작았던 고통조차 어떤 수준이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렇게 예술가들이 고독을 창과 방패 삼아 세우고 휘두르며 쌓아 올린 작품이, 우리가 주변으로부터 위안을 얻지 못할 때 유일한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점 또한 웃지 못할 아이러니다. 내성적인 고흐가 깊은 속마음을 터놓는 상대는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던 동생 테오였다.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난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삶은 좋은 것이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이라는 느낌 말이다.'
<영남대 기악과 교수>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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