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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생각도 정리할 겸 대구 근교의 바다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물결에 반사되는 빛의 일렁임과 흩어지는 파도,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색조를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작곡가가 있다.
바로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이다. 그의 대표적인 곡 'La Mer'는 프랑스어로 '바다'라는 뜻으로, 총 30분가량 진행되는 3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의 화가 호쿠사이의 그림 '가나가와의 파도'를 보고 상상만으로 작곡한 이 곡은 새벽녘의 고요하고 적막한 바다의 모습부터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활기가 넘치고 요동치는 모습까지 바다에 대한 그의 모든 사랑을 표현한 곡이라 할 수 있다.
호쿠사이는 그의 그림 '가나가와의 파도'에서 큰 파도에 갇힌 위태로운 3척의 배와 겁에 질려 엎드려 있는 선원들의 모습을 통해 거친 파도 앞에서 나약하고 초라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 그림을 본 드뷔시가 ' La Mer'에서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은, 어쩌면 헤아릴 길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깊은 내면을 바다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앞의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니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은 하늘이고, 하늘보다 더 넓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땅 위를 종횡무진하는 인간의 능력도 놀랍지만, 바다 앞에서는 여전히 늘 무력해지고 만다. 하물며 바다보다 넓을 것이 분명한 다른 인간의 마음은 어떨까. 인간 사회에서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렇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서로 닮은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바다를 대하듯 타인을 대하게 된다면, 그 한없는 풍경 앞에 순간적인 감정은 작고 하찮게 느껴지지 않을까.
음악에는 크게 두 조성이 있다. 장조(Major)와 단조(minor). 장조는 대체로 밝고 활기찬 느낌의 조성이며, 단조는 슬프고 우울한 느낌의 조성이다. 모든 음악에는 한 가지 조성만 존재하지 않는다. 작곡가는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다양한 장면과 감정을 표현한다. 음악도 자연도 마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그동안의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게 만든다. 지난 두 달간 영남일보 '문화산책'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힘든 일이나 고난이 닥쳐와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잘 이겨내길 바란다.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이미연 영남대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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