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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하 작가 |
나는 대구 중앙로와 그 주변 일대를 좋아했다. 골목마다 빽빽이 서 있는 상가와 식당들, 그리고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산만하고 번잡스러운 기운이 늘 흥겨웠다.
어느 날 오랜만에 시내에 들렸을 때 중앙로 시내 광장 앞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대구백화점이 철거되는 광경을 보고 나는 여러 감정에 휩싸였다. 한때 나에게 대구의 랜드마크처럼 느껴졌던 공간이었는데 저기도 결국 사라지는구나. 학부 시절, 시내에서 약속을 잡을 때마다 "대백 앞에서 보자"며 건물 앞 계단에 서서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르며 나의 한 시절 또한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도권에서 사라지는 건물은 문학과 만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에서 살아 숨 쉬며 언제든 추억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추억 어린 장소가 지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방민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지면 그 추억마저 금세 생명을 잃고 마는 것이다.
삼덕동에도 좋아하던 카페가 있었다. 계절별 디저트 코스로 유명한 곳으로,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였다. 나는 축하하거나 기념할 일이 있을 때 어렵사리 그 카페를 예약하여 디저트를 맛보곤 했다. 오랜만에 디저트 코스를 예약하려고 그 카페의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공간이 서울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자주 들르지 못했던 걸 후회하면서도 왜들 그렇게 서울로 가버리는 걸까, 하고 내심 섭섭했다.
대구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지방민으로서의 불만과 설움을 내뱉게 된다. 친구들 또한 지방민으로서 자신이 겪은 어떤 섭섭함에 대해 말해온다. 저마다 개인적이고 다른 경험을 했음에도 어쩐지 나는 그것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다.
지역 뉴스와 기사를 접할 때 문화, 경제, 일자리, 청년이라는 키워드들 속에서 암울한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이 외딴 섬처럼 느껴지고 문화 서비스 면에서 수도권으로부터 소외되는 걸 느꼈을 때, 언젠간 대구를 떠나야겠거니 하는 다짐이 샘솟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다.
대구에 발붙인 지 10년째가 된 지금, 여러 경험이 겹겹이 쌓이고 분명 좋은 일들이 내게 더 많이 찾아왔다. 지방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면 할수록 막막하고 아득해지지만,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오늘도 내 곁의 사람들과 도모해보기로 한다. 나는 여전히 중앙로와 삼덕동을 좋아하며, 정든 공간을 오래도록 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근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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