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가 없다(상)] 운전대 놓은 대구 택시기사들...업계는 구인난 왜?

  • 이동현
  • |
  • 입력 2022-08-06 06:00   |  수정 2022-08-08 07:18
업체-기사, 사납금→전액관리制 전환 영향 놓고도 해석차
"성과 기준 초과금액도 나누게 됐는데 누가 운전대 잡겠나"
"일부 업체들 핑계…처우개선·고용 노력 않고 무분별 휴업"
市 올해 고강도 지원대책 추진…'기사 엑소더스' 차단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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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1시쯤 대구 남구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가 서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대구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고 있다. 코로나19와 비수기 승객 부족 등 잇따른 악재 때문이다.

3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남구의 한 택시회사에는 승객을 태우고 운행을 해야 할 택시들이 운행을 멈춘 채 서 있었다.

따가운 햇빛 아래 몇몇 택시기사들은 그늘에서 차를 청소하고 정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늘에서 휴식하던 한 택시기사는 "차고지 안쪽 다른 주차장에 놀고 있는 택시가 더 있다. 카카오 플랫폼 가맹점인데도 이렇게 놀고 있는 택시가 많다. 가맹점이 아닌 곳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휴차율은 10% 정도 된다. 우리 회사는 플랫폼 가맹을 하고 있어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쯤 방문한 다른 택시회사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2019년 75%가 넘던 택시 가동률은 올 들어 27%에 불과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전까지만 해도 70여명의 택시기사가 이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40명이 퇴사하고 26명만 남았다"고 했다.

◆택시를 떠나는 택시기사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택시기사들은 택배나 배달 등 다른 운송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아예 쉬는 경우도 있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는 2019년 5천276명에서 2020년 4천510명, 2021년 4천175명, 올해 3천774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택시기사 수가 줄면서 차고지에서 운행을 기다리는 택시도 늘어났다. 2022년 상반기 기준 면허 대수는 5천656대인데, 이 중 1천716대가 휴지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으로 등록됐다. 휴차율은 2019년 11%, 2020년 17%, 2021년 23%, 올해 27%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 택시회사 종사자는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하고 자연스레 수입이 줄어들어 그만 둔 기사들이 많다. 코로나 유행으로 기사들도 방역 스트레스를 많이 겪었고, 실제 감염된 사례도 많아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며 "고령층의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A씨는 "승객 수가 줄면서 자연스레 급여도 줄어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졌다. 택배나 배달 등 돈이 되는 업종으로 많이 옮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여름철( 7~8월)은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시기이고,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승객 수가 급감한다.


대구시와 택시업체 관계자들은 "대구는 타 도시에 비해 관광자원이 부족하고 피서를 오지 않는편"이라며 "대구로 오는 사람보다 타지로 떠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택시 이용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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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쯤 대구 남구의 한 택시회사 주차장에 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요금인상, 택시기사 돌아오게 할까
대구 택시업계는 코로나19로 신규면허 교육 및 발급이 줄어든 점도 택시기사를 구하지 못하는 한 원인으로 꼽는다.


대구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2019년 442명이던 신규면허 발급자가 2020년 98명으로 급감했다. 2021년 512명으로 다시 증가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재유행 등의 영향으로 6월까지 134명에 그치고 있다.

대구의 택시기본요금은 2018년 11월 2천800원에서 500원 인상된 3천300원이다. 4년 가까이 요금인상이 없었다. 부산시는 2021년 12월 3천300원에서 3천800원으로 500원 인상했고, 강원도도 올해 4월 부산과 동일하게 요금을 올렸다.

대구시는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과 함께 지난 5월 택시운송원가 분석 및 산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고 9월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하반기나 내년에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이 떠난 기사를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지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오간다.

택시회사에서 만난 택시업체 관계자는 "요금이 인상돼도 기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2020년부터 시행된 전액관리제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수입을 모두 회사에 수납하고 급여를 받고 있다"며 "성과 기준금액이 생겨 기준금액 이상을 회사와 일정비율로 나누고 있다. 요금이 오르면 성과 기준금액도 올라 수입에 많은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요금인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른 시·도의 요금체계도 모두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요금인상으로 택시기사들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액관리제가 택시기사 이탈에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전액관리제도 기사 이탈에 한 몫 했다. 일정금액을 회사에 납부 후 급여와 그 이상을 기사들이 모두 가져갔는데,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성과 기준금액이 생기고, 그 이상의 금액도 회사와 나누게 됐다. 누가 운전대를 잡겠나"라고 했다.
이에 반해 택시기사 B씨는 "수십 년간 이어온 사납금 납부 방식이 전액관리제로 바뀌면서 기사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승객 수 감소나 적은 임금으로 인한 어려움이지, 전액관리제로 수입이 줄어들어 택시 운전을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전액관리제 때문에 기사들이 퇴사한다는 것은 일부 사측의 면피용 핑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일부 택시업체는 택시기사가 부족함에도 인력수급을 위한 조치는 거부하고 오히려 운행 중인 기사들에게 정신적 압박을 가해 퇴사 시키도 했다"며 "택시는 운수사업목적상 공공성을 띄는데 사측은 고용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휴업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들의 교통 편의성 저해 및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사측의 행위를 대구시 측에서 강력하게 조치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떠나는 택시기사들 잡을 처우 개선책 없을까
대구시는 올해부터 고강도의 택시 업계 지원을 펼치고 있다.

우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5년 이상 근무 시에만 수당을 지급하던 '희망키움사업'을 2년 이상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또 택시 운수종사자 보호를 위한 '112자동신고시스템', '택시보호격벽', '택시 운송종사자 쉼터 조성'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택시기사 처우개선에 힘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요금인상이 확정되면 택시업체 및 운수업 종사자 근무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요금인상과 처우개선 지원 정책이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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