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명에 대하여

  •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 |
  • 입력 2022-11-07  |  수정 2022-11-07 08:04  |  발행일 2022-11-07 제20면

[문화산책] 소명에 대하여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입니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습니다."(백범 김구)

지난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기업 생존을 위한 새로운 의사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고 추진해 나갈 리더가 삼성전자에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날 이 회장은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도 출석했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 운영상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 내부 고발, 감사와 소송 등의 총책임자이므로 이에 대한 대처는 불가피하다. 이처럼 리더는 이끌고 있는 조직의 발전에 대한 생산적인 고민이든 문제에 대한 염려든 회사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조차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관심을 받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예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부총장님과 함께한 자리에서 '청와대 인사 수석으로 근무하는 5년간 출퇴근길까지도 감시당하는 일상이 숨 막히지 않으셨냐'는 질문에 'CCTV로 인해 나의 청렴함이 증명되어 오히려 좋게 느꼈다'는 답변이 기억난다. 대한민국 행정과 인사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국정 책임자로서 그릇의 크기를 체감했다.

지난달 아버지와 부산의 어느 포장마차에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데 테이블 아래로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큰 목표와 비전에 집중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노이즈는 무시할 수 있는 대범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던 중이었다. 혹여나 벌에 쏘일까 봐 테이블 아래를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무시하고 식탁에 집중'하라며 식탁 아래를 못 내려다보게 하셨다.

신약 성경의 절반을 저술한 사도 바울(Saint Paul) 또한 오해와 핍박, 투옥 생활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소명이라 여겼던 복음 전파를 위해 주저함 없이 불도저처럼 복음 사역을 하였다.

이재용 회장은 평범한 일상을 꿈꿔본 적이 없었을까?

사도 바울은 평범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가족과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삼성전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기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강한 책임감을 갖고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이재용 회장의 소명이었을 테고 핍박과 환난 속에서 이방인들에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사도 바울의 소명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소명은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고무공이 아닌 유리공'이었으리라.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소명을 따라 사는 이들에게 선물이 있기를 염원하며 나 또한 나에게 주어지는 작은 일이라도 하나하나 소명처럼 여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리라 다짐해 본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기자 이미지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