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새우가 고래를 이기는 법

  •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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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8 07:30  |  수정 2022-11-28 07:37  |  발행일 2022-11-28 제20면

곽현지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새우의 몸집을 고래만큼 키우면 됩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의 극 중 대사이다. 드라마 줄거리는 이러하다. 반도체 사업 관련, 미국과 일본이 가격 경쟁력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에 비해 성과가 불투명해 거의 도박에 가까운 사업이라는 본사 경영진의 인식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 부문을 매각하자는 기업 내부 의견이 팽배할 때 순양그룹의 회장 진양철(이성민)이 손주 진도준(송중기)에게 묻는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이때 새우가 고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뭔가?" 이 물음에 대해 진도준이 대답한다. "새우의 몸집을 고래만큼 키우면 됩니다" 진도준은 덧붙여 말한다. "고래 싸움에서 새우가 이기는 방법은 없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원하신 것은 정답이 아니라 고래 싸움에도 새우가 살아남고 이기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지지해 주는 격려와 응원이죠." 이에 힘을 얻은 진양철은 반도체 사업 부문을 매각하지 않고 오히려 확장한다.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황에서 던지는 황당한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이라 생각한다.

삼성전자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1982년 미래가 불확실한 반도체 사업에 회사 영업이익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했고 1984~1987년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 1천400억원이 발생하고 있을 때 2천억원을 신규 투자한 역사가 있다. 물론 삼성그룹도 자동차 사업 등 다수 사업 분야에서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공한 사업 부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처음 개발하고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창업 멤버들이 사업 제휴 제안을 하러 모바일 게임 회사를 방문하면 문전박대를 당하곤 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1의 메신저 플랫폼이 된 지금, 카카오톡과 사업 제휴를 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김범수 센터장이 초기 힘든 시기 오랜 기간 인내심 있게 투자를 하였기에 그 버팀목으로 사업이 계속될 수 있었지만 초창기 창업 멤버들에게는 "새우의 몸집을 고래만큼 키우면 될 거야"라는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지지와 격려가 간절했을 것이다.

이처럼 일견 무모해 보이지만 고래만큼 몸집을 키우려는 새우들에 의해 역사는 한 걸음 전진해 나간다. 정답이 아니라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이 세상 모든 새우(필자를 포함한)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외쳐본다.

"새우의 몸집을 고래만큼 키우면 됩니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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