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더 메뉴…외딴섬 고급 레스토랑에 초대받은 12명, 그들의 운명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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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08:51  |  수정 2022-12-09 08:55  |  발행일 2022-12-09 제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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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호손에 12명이 특별 초대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코스 요리로 명성을 얻은 호손 레스토랑의 식사 비용은 1인당 1천250달러(약 160만원). 그마저도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호손 레스토랑의 마스터 셰프 슬로윅(랄프 파인즈)은 모든 요리에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를 담아내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초대에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 마고에게 동행을 요청한 미식가 타일러(니콜라스 홀트), 유명 음식평론가 릴리안(자넷 맥티어), 단골 중년 부부 앤(주디스 라이트)과 리처드(리드 버니), 유명 영화배우(존 레귀자모) 등이 기대감을 안고 참석한다. 하지만 애초 예약자 명단에 없던 마고는 섬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슬로윅 역시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한 마고의 존재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더 메뉴'는 관객의 호기심과 흥미를 붙들기 위해 배치한 요소들로 빼곡하다. 요리와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비균질한 조합을 강렬하고 독특한 미장센과 감각적 비주얼로 완성했고, 요리영화의 미덕인 시각적 자극을 한 차원 높여 창의적이고 미니멀한 현대요리(분자미식학 등)의 장으로 안내한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고급 외식 문화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더 좋은 곳, 더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집착과 그들만의 문화를 스릴러 장르에 버무렸다.

전채 요리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경이로운 음식이 등장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전개가 흥미롭다. 슬로윅의 위험한 계획을 알 리 없는 손님들, 그들이 왜 초대를 받았는지 그리고 슬로윅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존경하는 셰프들의 사유는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지만 그들이 내놓는 음식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최고 수준의 작업을 이어 나가는 파인 다이닝 세계의 예술성을 조명했다는 점에서는 특히나.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진실을 알고 있지만 나(혹은 집단)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행동하지 않는다. 여기엔 공포와 두려움이 전제로 깔린다. 경계가 무너지면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 침범하여 일상을 무너트릴 것이라는 공포. '더 메뉴'는 점점 더 압박해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한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묘사와 함께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자랑한다. 익숙한 요리와 맛에 대한 실험적인 도전을 목도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의 계급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유머까지 느낄 수 있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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