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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금령-어린 영혼의 길동무' 포스터 |
일반적으로 고고학 자료는 발굴을 통해 생산되며 발굴조사의 모든 과정은 보고서에 기록된다. 발굴과 보고서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얻은 연구 성과는 학술논문이나 저서로 발표되는데 이러한 연구 성과는 대중에게 쉽게 공유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고고학을 소재로 한 전시는 일반 대중에게 학술 연구 성과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현실·미디어파사드 등 인간의 오감 자극할 실감콘텐츠
다양하게 활용하면 대중들 흥미 자극·이해 돕는 데 효과적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금령'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전시
금령총 고고학적 연구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연출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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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 출토 말 탄 사람 모양 주자(1쌍) |
간혹 전시의 주제가 전시를 준비하는 학예사의 전공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를 특별연구원으로 위촉하거나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컬로퀴엄을 통해 전시 내용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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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 출토 배모양 그릇(1쌍) |
전시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동영상을 상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교감과 몰입도를 향상하기 위한 실감콘텐츠를 구현하기도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등이 있다. 이러한 동영상이나 실감콘텐츠가 너무 과하거나 전시 맥락에 부합되지 않을 우려도 있으나 관람객들에게는 쉽고 흥미를 자극하기에 좋은 방법이라 앞으로도 이러한 연출 방법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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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령총 출토 금방울 |
이 전시의 소재는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1924년에 발굴한 금령총이다. 약 100여 년 전 경주에 기차역과 신작로가 뚫리는 과정에서 금관총이 발굴되고 제국주의 일본의 관학자들의 욕심으로 금령총과 식리총이 조사된 아픈 발굴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약 100년 뒤 국립경주박물관이 다시 금령총을 조사하며 밝혀낸 고고학 성과를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전시의 연출은 옛 무덤의 부장품을 그 종류별로 구분하여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무덤의 주인공이 어린아이임을 밝히고 어린아이의 죽음과 장례를 이야기로 꾸며 전개하였다. 무엇보다 금관과 허리띠, 금귀걸이, 각종 목걸이, 금가슴걸이와 (금)팔찌, 반지, 유리구슬과 수정옥 등 무덤 주인공의 각종 장신구를 전시한 공간의 한쪽 벽면에 상영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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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
전시의 마지막 멘트도 강렬하다.
"이 모든 게 금방울 한 쌍을 길동무로 삼아 멀고 먼 여정을 떠나야 했던 어린아이를 위한 것이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을 안고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챙겨 넣었을 부모의 마음을…."
필자는 이 전시를 보며 고고학 전시도 과거의 선조들의 삶을 관람객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내고자 노력하는 전시 실무자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 다가올 겨울방학에는 부모님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이 전시를 함께 보며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져 보시길 권하고 싶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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