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과 박물관 전시…고고학과 박물관 전시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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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6  |  수정 2022-12-16 06:51  |  발행일 2022-12-16 제21면
고고학 전시 어렵기만 하면 안 돼, 대중을 위한 배려 있어야…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과 박물관 전시…고고학과 박물관 전시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금령-어린 영혼의 길동무' 포스터
지난 12월 초, 영남고고학회에서는 '박물관 전시와 고고학'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고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박물관 전시가 주 업무인 입장에서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우리 사회에서 그 존재 가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 전시라고 생각하기에 자못 진지하게 참여하였다. 먼저 이 워크숍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며 필자의 의견을 더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고고학 자료는 발굴을 통해 생산되며 발굴조사의 모든 과정은 보고서에 기록된다. 발굴과 보고서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얻은 연구 성과는 학술논문이나 저서로 발표되는데 이러한 연구 성과는 대중에게 쉽게 공유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고고학을 소재로 한 전시는 일반 대중에게 학술 연구 성과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현실·미디어파사드 등 인간의 오감 자극할 실감콘텐츠
다양하게 활용하면 대중들 흥미 자극·이해 돕는 데 효과적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금령'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전시
금령총 고고학적 연구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연출 돋보여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과 박물관 전시…고고학과 박물관 전시
금령총 출토 말 탄 사람 모양 주자(1쌍)
하지만 고고학 전시에 있어 연구 성과를 드러내는 데에 치중하다가 자칫 관람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기획과 연출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많은 유물을 나열하다가 구체적인 전시 맥락을 놓치기도 한다. 그 결과 일반 대중을 위한 전시가 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전시로 끝나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학 전시를 기획하는 박물관 학예사는 대중 고고학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하며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전시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실제 전시 현장에서는 고고유물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전시 주제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 놓이기 때문에 전시품 연출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간혹 전시의 주제가 전시를 준비하는 학예사의 전공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를 특별연구원으로 위촉하거나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컬로퀴엄을 통해 전시 내용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과 박물관 전시…고고학과 박물관 전시
금령총 출토 배모양 그릇(1쌍)
고고학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의 경우 전시 패널의 내용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시 담당자는 그 원고를 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전시실에 서서 패널을 읽는 관람객은 분량이 많거나 어려운 용어가 있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최근 국립박물관에서는 중고등학교 지식을 바탕으로 패널의 분량을 제한하거나 고고학 관련 전시 원고의 집필 원칙을 마련하여 한국사 교육 체계에 부합하는 서술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관람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동영상을 상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교감과 몰입도를 향상하기 위한 실감콘텐츠를 구현하기도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등이 있다. 이러한 동영상이나 실감콘텐츠가 너무 과하거나 전시 맥락에 부합되지 않을 우려도 있으나 관람객들에게는 쉽고 흥미를 자극하기에 좋은 방법이라 앞으로도 이러한 연출 방법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과 박물관 전시…고고학과 박물관 전시
금령총 출토 금방울
최근 이러한 노력이 돋보이는 고고학 전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특별전 '금령-어린 영혼의 길동무'(2022년 11월22일~2023년 3월5일)라는 전시인데 고고학적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없이 누구라도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허리춤에서 출토된 1쌍의 금령(금방울)을 어린 영혼의 길동무로 지칭한 것부터 이채로운데 고고학적 연구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가 갖추어진 전시라 더욱 흥미로웠다.

이 전시의 소재는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1924년에 발굴한 금령총이다. 약 100여 년 전 경주에 기차역과 신작로가 뚫리는 과정에서 금관총이 발굴되고 제국주의 일본의 관학자들의 욕심으로 금령총과 식리총이 조사된 아픈 발굴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약 100년 뒤 국립경주박물관이 다시 금령총을 조사하며 밝혀낸 고고학 성과를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전시의 연출은 옛 무덤의 부장품을 그 종류별로 구분하여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무덤의 주인공이 어린아이임을 밝히고 어린아이의 죽음과 장례를 이야기로 꾸며 전개하였다. 무엇보다 금관과 허리띠, 금귀걸이, 각종 목걸이, 금가슴걸이와 (금)팔찌, 반지, 유리구슬과 수정옥 등 무덤 주인공의 각종 장신구를 전시한 공간의 한쪽 벽면에 상영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과 박물관 전시…고고학과 박물관 전시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금령총에서 출토된 '말 탄 사람 모양 주자'는 주인상과 시종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서가는 시종상은 오른손에 방울이 꽂힌 막대를 들고 있어 제사를 주관하고 무덤 주인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제사장으로 해석하였다. 함께 출토된 '배 모양 그릇' 한 쌍은 아이가 저승에서 만날 물을 무사히 건넜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표현하였고 '등잔 모양 그릇' 한 쌍은 어두운 공간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유물은 다른 무덤에서는 좀처럼 발굴되지 않은 아주 특별한 용기로 이 어린아이의 장례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멘트도 강렬하다.

"이 모든 게 금방울 한 쌍을 길동무로 삼아 멀고 먼 여정을 떠나야 했던 어린아이를 위한 것이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을 안고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챙겨 넣었을 부모의 마음을…."

필자는 이 전시를 보며 고고학 전시도 과거의 선조들의 삶을 관람객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내고자 노력하는 전시 실무자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 다가올 겨울방학에는 부모님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이 전시를 함께 보며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져 보시길 권하고 싶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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