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의 화려한 성공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사람들이 있다. 외국어와 문화해설사 경험 등의 역량을 갖춘 254명의 자원봉사자가 숨은 주역 1순위로 꼽힌다. 이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APEC 손님들을 맞으며 불편함이 없도록 땀 흘리며 봉사해, 경주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행사 기간 교통 차단 등의 불편을 감내하며 성공을 응원한 경주 시민들도 성공 개최의 숨은 주역이다.
경북도청 직원 29명, 경주시청 직원 26명으로 구성된 APEC 준비지원단의 열정이 없었다면 대회는 성공할 수 없었다. 휴일도 잊고 밤낮으로 행사를 준비한 이들이 있었기에, 지방 도시에서 열리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지만 성공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여 경주 APEC의 24시간을 지킨 경찰의 역할도 컸다. 이들은 경계근무, 교통통제, 검문검색에 투입돼 경주의 질서와 안전을 지켰다. 행사기간중 많은 행사가 동시에 열리는 바람에 하루에만 20t이 넘은 쓰레기가 배출됐지만, 환경미화원과 용역업체 노동자들 있어 쾌적하고 청결한 행사가 됐다.
1년전부터 행사장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준비하고, APEC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각국 대표단이 모두 떠날 때까지 24시간 비상상황실을 운영한 한국전력 직원들의 공도 크다. 전력은 행사장 운영 뿐만 아니라 방송 송출, 통신, 교통, 숙박 등 각종 시스템의 기반이어서, 1초의 정전이라도 발생하면 행사의 큰 흠집으로 남는다. 하지만 한전 직원들의 노고 덕에 단 한 건의 전력장애도 없었다. 숨은 주역들이 흘린 땀이 있었기에 전 세계인들은 경주 APEC에 감동했다. 숨은 주역들의 노고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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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제도 못 올린 '철강', 정부의 철강산업 인식에 문제 없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전 산업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빛에는 으레 그늘이 있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철강'이 완벽히 빠진 건 심히 유감이다. '완벽히 빠졌다'라고 하는 이유는 철강관세 문제가 의제 테이블에도 오르지 않았고 우리 측이 이에 한마디도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50% 철강관세로 작금 포스코는 물론 국내 철강업계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철의 도시 포항의 절망도 이만저만 아니다. 관세는 그대로이고 정책은 뒷전이다. '철'은 산업의 실핏줄과 같다. 철강산업이 멈추면 경제가 멈춘다. 후회할 땐 늦다.
관세장벽에다 탄소중립, 중국발 공급과잉, 저가 수입재 범람,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 등 각종 규제,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다중중첩 위기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명 'K스틸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해당 상임위 소위에 회부된 후 단 한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나. 철강산업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무신경한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영국처럼 일정 수출량에 대해 관세를 인하받는 쿼터제를 확보하는 외교적 해법도 절실해 보인다. 포스코홀딩스가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한 곳에 조단위 투자를 검토하는 건 바람직한 대응이다. 현지 생산 물량을 늘려 미국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게 최선이다.
철강은 1968년 '포항종합제철'이 설립된 후 긴 세월 우리나라의 중추 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관세 협상 타결에도 홀로 우는 철강산업을 방치해선 안 된다.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수요 업계가 관세 타결로 부담을 덜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을 순 없다. 산업 전반을 고려한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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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대통령 재판 중지 논란, 사법부 판단에 맡겨야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에 휩싸였던 '재판 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3일 입장을 선회했다. 대통령실도 곧장 한발 물러섰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고,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어 "만약 법원이 재판을 재개한다면 그때 재판중지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케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이전 5개 재판에 기소된 바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관련 재판부는 '재판 기일을 확정하지 않거나 무기 연기하는 방식'으로 대통령 재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사해왔다. 반면 야당은 성남시 대장동 비리에 연루된 5명 전원이 법정구속된 직후 이 대통령 재판이 당장 재개되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관련 재판부 판사들 실명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여기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원 측은 '재판 재개가 이론상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재판중지법을 밀어붙인 것은 애초에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절차는 헌법의 포괄적 해석 아래, 사법부와 개별 재판부의 적절한 판단에 따르는 것이 법치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길이다. 일각의 지적처럼 재판중지법에 위헌심판이 제기돼 행여 위헌 판결을 받는다면, 이 사안은 더 꼬일 수 있다. 집권여당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행보를 걷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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