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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극〈시인〉 |
대구 인근 경산시에 가면 경산시장 한 모퉁이에 문인화 공부방이 있다. 이 공부방에서 한 달에 두 차례 도덕경, 금강경, 논어, 중용 등 유불도를 넘나드는 철학 강의가 열린다. 강의하시는 선생님은 '대구의 도올'로 알려진 김기태 선생님이시다.
김기태 선생님은 영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 신문사 교열부 기자, 대관령 목부, 수도원 수사, 공사판 막노동꾼, 원양어선 갑판 일꾼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수십 년간 구도의 끈을 놓지 않고 추구한 끝에 어느 날 '세상은 지금 이대로가 완전하다'라는 사실에 눈을 뜨고 구도의 길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이른바 깨달음에 이른 분이다. 그 후 기회 나는 대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리에 대해 설파하고, 법(法)을 전하고 있다.
선생님은 깨우친 이후 '종교 밖으로 나온 성경' '지금 이 순간이 기회입니다' '지금 이대로가 완전하다' '무분별의 지혜' 등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지나온 삶의 고난과 깨우친 이후의 넘치는 사랑이 무엇인지 전하고 있다. 대구, 청주, 산청, 서울, 부산 등지에서 법문을 펼쳤으며 지금도 인연이 닿는 곳의 요청이 있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찾아가 법문을 전하고 계신다.
경산 도덕경 공부 모임은 7년 전에 몇몇 지인 5~6명이 모여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공부 모임이 주위에 알려지고, 선생님의 법문이 유튜브에 소개가 되면서 도반들이 늘어갔다. 최근 경산 공부방 도반들만 80여 명으로 늘었으며, 매번 20여 명의 도반이 모여 좁은 공부방을 꽉 채우고 함께 공부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 강의가 시작이었지만 반야심경, 증도가, 신심명, 금강경 등 마음공부에 도움이 되는 텍스트는 가리지 않고 교재가 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법문은 '매 순간 있은 그대로의 자신이 가장 완전하다'는 대명제를 전제로 '분별에서 벗어나라' '제행무상 제법무아임을 알라' '하려고 하지 말고 그쳐라' '보이는 모든 것은 허상이니 붙잡을 것이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이 기회다' '모든 감각, 감정, 생각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받아들여라' '찾지만 않으면 이미 다 이루어져 있다' '애쓰지 마라' '모두 그럴 뿐 무엇이 문제인가' 등의 말씀을 전한다.
선생님 법문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상, 무아에 빠져들고 법문을 듣는 시간 내내 아무 문제도 없는 그리고 번뇌를 떠나는 삶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기 경산시장 작은 공부방에서 전 우주를 아우르는 마음공부를 통해 부처님의 열반적정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고 있으니 법에 관심이 있고 깨달음에 목마른 사람은 찾아오시라.
박지극〈시인〉

박지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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