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을 더욱 짓누르는 삶의 무게…소외된 이들의 고뇌 응집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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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8  |  수정 2023-02-08 08:26  |  발행일 2023-02-08 제17면
한영식 첫 시집 '장애인복지관'생존의 문제·삶의 근원 성찰

장애인복지관

한영식 시인이 첫 시집 '장애인복지관'(모악·사진)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소외의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 처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실존적 고뇌를 진솔하게 묘파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인간 소외의 대표적인 전형인 장애인복지관에서의 삶을 응시한다. 특히 '주간만 보호되는 노인들'에 주목하며 야간에는 방치된 채 스스로 불편한 몸을 가누면서 생존해 가야 하는 그들의 삶을 직시한다.

'(전략)/시각장애인 주간보호센터 차가/ 장애인복지관 정문에 서면/ 혼자서 복지관으로 올 수 없는 노인들이/지팡이 하나씩 주름진 손에 힘껏 쥐고/ 도우미 선생님 손을 잡고/ 천천히 주간보호센터로 들어갑니다/ 몹쓸 놈 코로나로/식당은 열려 있지만 직원들은 이용금지 된 지 오래/ 시각장애인 노인들만 점심 드시러 갑니다/ 주간만 보호되는 노인들/ 장애인복지관 위로/ 가을비 내립니다'('장애인복지관' 부분)

시인은 또 외출할 때마다 온갖 위험에 노출된 시각장애인의 삶을 주목하며 '우리가 다리를 부딪치고/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인도에 불법주차한 사람들아'라고 항변한다.

이번 시집에는 의지할 곳 없이 절집에 의탁한 동자승의 처지도 애틋하게 그려진다. 시인은 '동자승 1~8' 연작시를 비롯해 동자승과 관련된 시를 10여 편 싣고, 존재론적 비극과 초월 의지를 드러낸다. 또 자신의 가정사(家庭事)와 연관된 아픔과 개인적 정서를 동자승에게 투영해 깊은 정한을 자아낸다.

'아픔은/ 먼지처럼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고/ 슬픔은 점을 빼듯/ 사라지지 않으니/ 보름달 속 어머니는/ 죽어서도 새가 되어/ 너를 찾는구나'('동자승 2' 전문)

그러면서 시인은 '하늘에서 내려온 노란 새/ 깊은 산/ 대웅전 목탁 위에 앉는다'('동자승 5' 부분)며 죽어서도 영체(靈體)가 되어 어린 자식과 함께하고자 하는 애끓는 모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번 시집에는 온갖 번뇌와 암울한 터널을 통과해 마침내 귀향함으로써 삶의 근원을 성찰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도 담겨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서야 돌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람이 등을 밀어/ 죽어서야 돌아가는 곳/ 살아서는 갈 수 없었던//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조그만 섬// 죽어서야 돌아갈 수 있는/ 고향/ 안개 가득한 섬'('고향' 전문)

1964년 여수 앞 돌산 방죽포에서 태어난 한 시인은 경북대를 졸업하고 '사람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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