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해양자원시장 겨냥…경북 '심해 해양바이오뱅크' 만든다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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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2 07:12  |  수정 2023-02-22 07:32  |  발행일 2023-02-22 제5면
동해, 해양 바이오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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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이 해양생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국립 해양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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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 자원 확보와 해양바이오산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으로 2015년 충남 서천에 설립됐다. <국립 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 이용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지구 표면의 70%인 바다는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시작된 곳이자 지구생명체의 80%가 사는 곳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연구할 부분이 많은 생물 다양성의 보물창고다.

미래학자들이 인류의 미래가 해양에 달려 있다고 하는 이유다. 미·중·일 등 주요 국가도 앞다퉈 해양 관련 조직과 법·제도를 신설하는 등 미래 성장의 동력을 바다에서 찾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산을 찾아 '신해양 강국 미래비전'을 선포하는 등 해양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쪽은 막혀 있다. 사실상 섬인 셈"이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드넓은 바다는 미래의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대통령 국정과제를 통해 해양 신산업 육성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해양바이오산업이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국립 해양생물자원관(MABIK) 등과 함께 '심해 해양바이오뱅크'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다는 미래의 블루오션

해양 생명체 및 그 기능을 이용하는 생명공학 범주에 머물렀던 해양바이오가 최근엔 '블루 바이오 테크놀로지'로 불린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3천500만종의 생명체 중 약 80%가 해양에 존재하지만, 해양미생물의 경우 지금까지 약 1%만 연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연구 및 산업 규모가 점점 커지는 등 해양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MABIK에서 운영하는 '해양바이오뱅크'는 항균·항산화 등 유용한 해양생명 소재를 발굴하면서 유용 소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 등에 무료 제공하는 '소재 은행'이다. 지난해 기준 해양바이오뱅크에 총 1만3천399건의 해양생명 소재가 등록됐고, 이 중 1천51건의 소재를 분양하는 등 해양생명자원의 산업화에 기여하고 있다. 분양받은 기업은 유용 소재를 건강기능식품·화장품 등 바이오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해양바이오뱅크는 2021년 추출물과 유전자원 뱅크의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엔 미생물·미세조류 등 소재 전 분야에 걸쳐 'ISO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해양바이오뱅크의 모든 자원이 국제표준에 부합하게 품질관리가 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항균·항산화 등 인간에 유용한 소재
해조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자원 개발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키우기위해
동해권 심해 자원 개발 중요한 시점



MABIK는 지난해 12월 해조류 등으로부터 미백과 주름 개선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신물질 67점을 개발해 화장품 소재로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신물질은 충남 보령 등 서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염색식물, 남해안과 제주에 서식하는 갈조식물 등으로부터 개발했다. 콜라겐 분해 및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피부미용 효능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초에는 '국가 생명연구 자원 선진화 사업'의 하나로 확보한 해양생명자원 1천370종의 유용 효능등급을 확인하고, 기업 등에서 제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MABIK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해역에서 △해양동물 350종 △해양식물 350종 △해양 미소생물 370종 △북서태평양 4천m 이상 심해를 포함해 공해상 탐사를 통한 300종 등 총 1천370종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국내 해양 생명자원 1천70종에서 항산화 162종, 항염증 167종, 항균 38종, 항암 205종, 항바이러스 424종 등의 효능 등급을 인정받은 소재를 확보했다. 최완현 해양생물자원관장은 "해양생명자원의 확보와 효능 분석으로 유용한 소재를 발굴해 해양생명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에 힘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해양바이오산업 육성

지난해 7월 해수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해양바이오산업 신성장 전략(2022~2027)'을 발표했다. 해양바이오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5년 후에 국내 해양바이오시장 규모를 1조2천억원으로 키우고, 이를 통한 고용 규모도 1만3천명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골자다. 글로벌 해양바이오시장이 2027년에는 현재의 1.6배인 11조원 이상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내시장도 매년 약 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신성장 계획을 통해 해양바이오시장과 고용 규모를 키워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환동해산업硏 등 관련 인프라 활용
경북을 '심해자원 연구 메카'로 조성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도록
정부서도 다양한 정책개발·지원 약속



아울러 해양 바이오 선순환의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권역별 해양바이오 클러스터(해양 바이오 특성화 거점)를 조성한다. 경북도와 영덕군이 속한 동해권은 의료 헬스가 핵심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근간으로 해양바이오산업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개발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을 심해 바이오 연구 메카로

충남 서천에 있는 MABIK의 해양바이오뱅크는 서해안과 남해, 제주 등의 해양생명자원에 편중돼 상대적으로 동해의 해양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경북도와 영덕군은 지난해 초부터 '심해 해양바이오뱅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동해는 평균 수심이 1천700m에 달하는 심해(Deep sea)다. 심해는 대륙붕 약간 밖에서 시작되며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고 유기물을 생산하는 식물이 없다는 점에서 사막 환경과 비슷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해양의 90%가 수심 3천800m 깊이를 지닌 심해에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심해 생명자원에 대한 확보와 활용을 위한 전담기구 운영 및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심해 열수분출공(지하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오는 구멍) 주변의 생물들을 이용해 10여 종의 항암·항진균 면역물질을 찾아내 화이자·GSK 등 다국적 제약기업과 손잡고 신약을 개발 중이다.

경북도에서도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동해 심해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북을 심해 바이오 연구의 메카로 만들어 미래 해양산업을 이끌어 간다는 야심 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영덕군은 2021년 확정된 제2의 국립 해양생물자원관 격인 '국립 해양생물 종 복원센터'가 현재 병곡면 일원에 건설 중인 만큼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환동해산업연구원(울진), 포스텍·한미사이언스(포항), 해양바이오 융합사업본부(강릉), 해양심층수센터(고성) 등 동해권 주변의 바이오 관련 연구 인프라도 이점이다. 경북도와 영덕군 관계자는 "심해 생명자원의 연구 개발이 가능한 인프라를 활용해 해양바이오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적 활용도를 높여서 국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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