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관리비도 올랐다…대학생들 주머니 위협하는 '고물가'

  • 황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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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17:43  |  수정 2023-02-23 18:49  |  발행일 2023-02-23
대학생 스스로 지출 줄이려 노력 중
통학 오래 걸려도 본가로 돌아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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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북대 북문 한 원룸 밀집지역에 원룸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통학에 40분 걸려도 집에서 다녀야 돈을 아낄 수 있어요."


경북대학생 김모(23)씨는 최근 오른 물가에 부담을 느껴 학교 근처 원룸에서 다시 본가로 돌아갔다. 김씨는 "부모님께서 월세를 지원해 주시는데,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통학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로 '청춘'인 대학생의 주머니 사정도 위협받고 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월세·보증금, 공과금 등이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23일 찾은 대구 북구 복현동 경북대 북문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인 정모씨는 "지난해부터 근처 원룸 월세가 올랐다. 기존 30만원에서 32만원, 40만만원이면 45만원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 또 "200만원이던 보증금은 300만원, 500만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최근 전세사기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월세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청춘들은 스스로 '포기'를 선택하고 있다. 본가가 대구에 위치하지 않을 경우엔 기숙사 입소를, 반대의 경우엔 통학을 결정하는 것.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이들은 최대한 저렴한 원룸을 구해 '생계 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실제로, 올 1학기 경북대학교 기숙사 지원자 수는 정원(4천574명)보다 600여명 많은 5천247명을 기록했다.


대학원생 박모(29)씨는 "그나마 저렴한 기숙사를 택했다. 2인1실이기 때문에 불편은 있지만 감수할 수 있다"며 "기숙사에 살면 따로 식사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돼 실리적 선택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원생 최모(27)씨는 "찾아본 원룸 중 가장 저렴한 월세 28만원 원룸에 살고 있다. 알바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최근 고물가로 공과금이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크다"며 "학교 주변이 아닌 외곽지로 이사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선 최근엔 월세와 비슷한 가격에 식사도 제공하는 '하숙집'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찾은 대학가 인근 하숙집 3곳은 총 84실에 모두 입주해 '만실'이었다.


경북대 북문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부모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학생들 스스로가 싼 방을 먼저 찾고 있다"며 "고물가로 청년들이 고통받는 게 안타깝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글·사진=황지경기자 jghw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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