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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우 학생이 동생 성진이와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활짝 웃고 있다. 〈하연우 학생 제공〉 |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이다. 오랜만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뵈러 가고 있다. 원래 엄마와 나만 외할머니 집에 가려고 했지만, 외삼촌의 바쁜 일 때문에 사촌 동생인 성진이도 같이 가게 되었다. 나는 좋았다. 외할머니 집은 울진인데, 바다에 가거나 시장 구경 또는 그냥 목욕탕에 가는 거밖에 할 것이 없었다. 성진이와 함께 가면 같이 놀 수 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성진이와 나의 나이 차이가 매우 많이 난다는 거다. 이번에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성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짧게 말하면 성진이와 나의 나이 차이는 6살이다. 작은 숫자 같지만, 나한테는 아니었다. 서로 맞는 데가 잘 없었다. 제일 잘 맞을 때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정도였다. 내가 원하는 게임과 성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 달랐지만 나보다 어린 성진이를 위해 성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재밌었다.
"우와, 누나 잘한다!"
"당연하지, 이 정도쯤이야."
게임 내용은 그냥 좀비를 없애서 업그레이드하는 거였는데 재밌었다. 게임 시간이 끝나고 성진이와 좋아하는 슬라임을 만졌다. 나는 이때 항상 긴장한다. 슬라임이 옷에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서 한번 묻으면 옷을 버려야 한다. 슬라임을 만지던 도중 성진이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누나! 누나! 이것 좀 때줘." 성진이 손에 슬라임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성진이 손에 있는 슬라임을 다 떼주고 다시 놀고 있는데, 집 청소해야 한다고 엄마가 밖에 나가 놀라고 하셨다.
근데 어쩌지? 성진이가 얌전히 놀 리가 없다. 큰 개가 있는 곳에 성진이가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성진이와 같이 개를 보려고 다가갔지만, 너무 무서워서 성진이를 안고 달렸다. 가다가 털썩 넘어졌다. 나는 성진이가 다칠까 봐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살짝 까졌다. 성진이가 "누나 괜찮아?" 물어봤지만, 괜찮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에서 성진이를 다시 안고 달렸다. 그나마 개한테 안 물어뜯긴 게 어딘가?
나는 할머니 집에서 치료하고 가족들과 다 같이 물놀이를 하려고 밖에 나갔다. 혹시나 걱정하실까 봐 내가 다친 건 비밀로 해야 했지만…. 원래 성진이는 용기가 많은 아인데, 물 앞에서는 쪼그라든다. 성진이는 이상하게 수영장은 괜찮은데 계곡을 매우 매우 무서워한다. 덕분에 나는 종일 얕은 물에서 올챙이를 잡고 놀았다. '성진이가 물을 무서워하는 것도 있었지만, 다친 다리로 물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휴~ 다음을 기약해야겠지?' 좀 시시하긴 한데 괜찮은 것 같다. 장난도 치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내가 이렇게 성진이를 챙기는 이유는 그냥 내 동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사촌 동생 성진이를 잘 챙길 거고, 배려하며 친하게 지낼 거다. 나보다 어린 동생을 배려하는 건 당연한 일 같다. 이렇게 가끔 성진이와 만나서 노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삼촌은 내가 성진이를 돌볼 때면, 늘 고맙다고 하신다. 용돈도 챙겨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신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내게 늘 미안하다고 하신다. '아마도, 농사를 지으시는 외할머니께서 엄마랑 밭에 가서 일하실 때면 늘 성진이는 내가 돌봐야 해서 그러시겠지? 나는 당연히 내 동생이니까, 그러는 건데. 칭찬도 받고, 미안하다는 말도 듣고, 이게 맞는 건가?'
성진이를 돌보며 가끔 뿌듯함도 느낀다. 칭찬받아서라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대견한 것 같다. 왜냐면 사실은 성진이는 다루기 쉬운 아이는 아니다. 너무 잘 삐져서 다 맞춰줘야 하지만, 삐질 때 그 모습은 너무 귀엽다. 호호호. 지금도 내 동생 성진이가 보고 싶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성진이는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가까이 있으면 그냥 그렇다. 나만 이런 것일까? 어쨌든 빨리 성진이가 또 보고 싶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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