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의 판타지 어드벤처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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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0  |  수정 2023-03-10 08:20  |  발행일 2023-03-10 제39면

[금주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의 판타지 어드벤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시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전면에 있는 이름이다. 2002년 단편영화 '별의 목소리'로 데뷔한 그는 이후 내놓은 작품에서 독특한 세계관과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유려한 색채 미학으로 평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016년 일본서 개봉한 '너의 이름은'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이어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연거푸 세 작품을 천만 관객 대열에 올리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그가 발표한 과거 작품에 비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개봉 당시 그의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전 세계 199개국에 선판매되는 놀라운 성적도 거뒀다. 무엇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에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밝고 사랑스러운 소녀 스즈메는 규슈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이모와 단둘이 살고 있다. 우연히 만난 젊은이 소타와 '문'을 찾아 나선다. 스즈메는 산속에서 오랜 세월 방치된 폐허의 문을 발견하고, 홀린 듯 스르륵 열어본다. 순간 마을에는 예기치 않은 재난이 닥쳐온다. 오랜 세월 봉인된 재난의 문을 열었던 것. 스즈메는 소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문을 닫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실제로 재난이 덮쳤던 여러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스즈메가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는 모험 끝에 다다르는 곳은 동일본 대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장소이기도 하다.

주인공 스즈메의 목소리 연기는 2003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도쿄 출신의 하라 나노카가 1천7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2017년 13세의 나이로 첫 단독 주연을 맡아 주변을 놀라게 한 그녀는 최근까지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여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보았을 때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요동치는 감동을 느꼈다"고 밝힌 그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세상에서 조금씩 퇴색해 버린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나 따스함, 소중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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