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퀄리티 '혜자' 아침밥이 1천원?"…고물가시대 허기 달래는 대학식당

  • 정지윤,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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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4 21:11  |  수정 2023-03-15 00:36  |  발행일 2023-03-15
저렴하고 든든한 아침밥 한 끼

정부·학교 지원 덕분에 '1천원'

작년 이어 올해도 운영 경북대

대구대 2021년부터 3년째 제공

기호 따라 뷔페식·김밥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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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정보센터식당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1천원의 밥상'  <경북대 생활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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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9시쯤 경북대 정보센터식당에서 학생들이 1천원에 제공되는 조식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고물가시대에 단돈 1천원으로 양질의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대학식당이 잇따라 생겨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당연히 저렴하면서도 질 좋고, 먹고 나면 든든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삼각김밥은 1천200원 이상, 분식점 김밥은 2천원 이상 줘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의 오전 메뉴는 최소 3천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끼를 사먹을 수 있다. 그럼 천원의 아침밥은 어떻게 이런 가격이 책정될 수 있었을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2017년부터 국내 쌀 소비 촉진과 대학생의 아침밥 먹는 문화 확산을 위해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해 왔다. 정부·학교·학생이 각각 1천원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총 3천원으로 한끼 식사가 만들어진다.


◆경북대 '1천원의 밥상'
지난 9일 오전 8시50분 경북대 종합정보센터 식당. 학생 10여명이 줄을 서 있다. 이른바 '1천원의 밥상'을 이용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이다. 메뉴는 치킨마요·달걀국에 후식으로 요구르트가 제공됐다. 이른 시간에 학교 동쪽 끝에 위치한 정보센터까지 와서 아침식사를 할 학생이 몇이나 될까 생각됐지만, 조식시간이 끝날 때까지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일과를 1천원의 학식으로 시작하고 단과대학 강의동으로 이동하는 학생도 제법 있었다.


지난해 첫 운영을 시작한 경북대는 올해는 지난 6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오전 8~9시 한 시간 운영하지만, 경북대 측은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운영한다. 정보센터 식당에서는 매일 180~200인분의 조식을 준비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체메뉴도 마련해 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메뉴를 모니터링하고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국이나 죽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돼 올해는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김혜지 영양사는 "작년부터 1천원 아침학식을 운영했는데 인지도가 높은 상태다. 덕분에 새 학기 들어 운영 첫날인 6일부터 학생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김정혜 경북대 생활협동조합 기획관리과장은 "1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점이 고물가시대에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1천원 아침학식으로는 인건비나 재료비 충당도 어렵다. 사실상 남는 것은 없다"면서 "직원들은 학생 복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학생들은 그 마음을 알고 고맙게 식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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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8시 50분쯤 대구대 동편복지관 1층 학생식당.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 중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대 '천원의 아침밥'
대구대 '천원의 아침밥'은 경북대보다 일주일 늦은 지난 13일 오전 8시40분쯤 시작됐다. 동편복지관 1층 학생식당에는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려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메뉴는 콩나물국·제육볶음·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뷔페식과 돈까스 김밥이었다. 학생들은 뷔페식과 김밥 중 한가지를 선택한 후 학번·이름·학과 등을 작성하고 천원을 지불했다. 오전 9시가 지나자 긴 줄이 형성됐다. 오픈한 지 40여 분만에 80여 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곳에서 만난 최가연(여·23·경영학과)씨는 "아침을 못 먹고 학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가격에 한끼를 제공해 주니 좋다"며 "가끔 수업시간에 못 맞출 것 같아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바로 옆 패스트푸드점에 들리려다 천원의 아침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성제(20·화학공학과)씨는 "아침을 먹으러 패스트투드점에 왔다가 천원의 아침을 발견하고 이용하게 됐다"면서 "천원을 내고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다른 학생들도 알 수 있게 많이 홍보가 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2021년부터 천원의 아침밥을 도입했다. 운영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전 11시까지이며, 동편복지관 1층 학생식당과 기숙사 식당에서 총 300인분을 제공한다. 장원구 대구대 학생행복처장은 "쌀 소비 문제와 학생의 건강 등을 고려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0인분을 더 늘려 200인분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대구대 천원의 아침밥 메뉴는 '뷔페식' '김밥' 두 종류다. 김밥은 학생들의 수업 시간 등을 고려한 메뉴다. 김소희 영양사는 "학생들이 식단에 고기는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 반영하고 있다. 김밥도 일반 김밥이 아닌 특별한 김밥을 원해서 돈까스 김밥 등을 제공한다"며 "비용이 제한적이라 원재료를 찾기 힘들다. 대신 직접 시장에서 구매하는 등 최소한의 비용으로 영양 있는 식단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학교 밖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1천원짜리 학식을 이용하기 위해 학생인 척 하는 외부인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 측은 대학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은 이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부인 이용이 늘어나면 예산 부족 문제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직원은 3천~3천500원의 식비를 받고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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