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1] 원자력 부흥 역사의 중심에 선 경북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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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3  |  수정 2023-03-23 13:37  |  발행일 2023-03-23 제13면
'원전 설계·운영·방폐물 처리' 전주기 인프라 갖춘 원자력 산업 메카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1] 원자력 부흥 역사의 중심에 선 경북
지난 16일 경주 하이코(HICO)에서 경북도가 개최한 '원자력 르네상스 선포식' 참가자들이 국내 원자력 산업을 경북이 선도할 것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선포식에는 이철우 도지사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유관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연재를 시작하며= 다시 원자력 시대다.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세계 각국은 원자력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한국도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친(親)원전 정책으로 돌아섰다. 원자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최대 원자력 집적지인 경북도 소형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와 원자력수소 생산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영남일보는 앞으로 10회에 걸쳐 경북 원자력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본다.

경북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중심이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절반가량이 자리 잡고 있고, 원자력발전소(원전)를 설계하는 한국전력기술,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전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국내 유일의 지자체다. 더욱이 경주와 울진에 SMR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와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인프라 집적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1편에서는 부흥의 첫발을 내디딘 경북의 원자력 산업에 대해 다룬다.

경북도 올해 원자력산업 부흥 원년
원자력 르네상스선포식 열기 넘쳐
내달 국제원자력 에너지 산업전도
경주 SMR·울진 원자력 수소 산단
원전산업 재도약 시너지 효과 기대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1] 원자력 부흥 역사의 중심에 선 경북
이철우(왼쪽) 경북도지사와 손병복 울진군수가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원자력 산업의 메카를 꿈꾸다

"원자력은 곧 인류애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 C홀에서 열린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선포식'에서 장인순(83)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이 발언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우리는 가장 짧은 시간에 세계 원자력 발전 최강국이 됐다"며 잠시 감회에 젖은 뒤 "전 인류가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원자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장 전 소장은 국내 원자력 기술 개발 1세대로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라 불린다.

국내 원자력 역사의 산증인인 그가 팔순이 넘는 나이로 인해 흐린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이야기했지만 울림은 컸다.

경북도가 개최한 이날 선포식에는 장 전 소장뿐만 아니라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박상형 한국수력원자력<주> 경영부사장, 김성암 한국전력기술<주> 사장,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등 원자력 관련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이영경 동국대 총장, 김봉갑 위덕대 총장, 전호광 한전KPS 부사장, 강홍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 조래언 포스코건설 상무, 김진걸 GS건설 상무도 자리하는 등 학계와 재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또 원자력 발전을 이끌어갈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과 지역 원자력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참가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선포식 하루 전날 경주와 울진이 각각 SMR 국가산단과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더욱 고무됐다.

이철우 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작년 우리나라 무역 수지 적자가 472억달러였는데 주로 에너지 분야에서 손실이 많이 났다. 원전을 두고 화석연료인 석탄, 가스, 석유를 수입하다가 그렇게 됐다"며 원자력 활용의 당위성을 직접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 설계·건설·운영·폐기물 처리 등 모든 시설을 다 갖추고 있는 곳이 경북"이라며 "SMR와 원자력수소는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SMR·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은 후손이 먹고 살 수 있는 자원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인사말에는 경북도를 원자력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시키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선포식에 참석한 김규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략기획국장은 "원자력 재도약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열심히 뛰어서 경북이 원전 르네상스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1] 원자력 부흥 역사의 중심에 선 경북


◆경주는 SMR, 울진은 원자력수소 생산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15곳에 4㏊(1천200여만 평) 규모의 국가산단을 만든다는 방안이다. 경북지역에는 경주와 울진에 각각 SMR 국가산단과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들어선다.

경주 SMR 국가산단은 150만㎡(약 46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예산만 3천966억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경주 SMR 국가산단은 앞으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함께 SMR 산업 육성을 담당하게 된다. SMR 제조는 물론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워 경북이 명실상부한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할 핵심 시설이다. 경북도는 경주 SMR 국가산단 안에 SMR 혁신제조기술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원전 관련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는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를 만들어 전문 인력 양성체계를 갖춘다. 경북도는 이외에도 중수로 해체기술원, 방사성폐기물 분석센터, 국립 탄소 중립 에너지 미래관 건립 등 계획도 세웠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에는 미래 에너지라 불리는 청정 수소를 대량 생산·실증하기 위한 연구개발 기반이 구축된다. 경북도는 울진에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기업들을 집적화해 강원~경북~울산을 잇는 동해안 수소경제벨트의 선도 거점으로 키울 심산이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울진에 원자력수소 생산·실증단지, 경북 원자력방재타운 등을 만든다.

경주시와 울진군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사업시행자를 선정하고, 올해 안에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신청도 예정돼 있다. 또 경북도는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을 통해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르면 2025년쯤 두 국가산단 조성 사업이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는 원자력 산업 부흥의 원년

경북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25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12기(경주 5기·울진 7기)가 경북에 있다. 12기 원전 설비용량은 총 11.4GW에 이른다. 이는 국내 전체 원전 설비용량(24.6GW)의 46.2%를 차지한다.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도 몰려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전KPS 원자력정비기술센터가 모두 경주에 위치한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서는 원자력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있다. 원전의 설계와 운영, 방폐물 처리까지 원전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국내 유일한 지역이 바로 경북이다.

원자력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원전현장인력양성원을 비롯해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와 포항에 있는 포스텍 원자력전문대학원이 전문 인력 육성을 담당한다. 앞으로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가 설립되고, SMR·수소원자력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관련 인력 양성과 수급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경북도는 올해를 원자력 산업 부흥의 원년으로 삼았다. 1월31일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 비전을 선언, 산업·연구개발·협력 등 3개 분야에 12개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경주 SMR 국가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연구기관·지역 대학·기업들과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국가산업단지 유치 정부 공동건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노력은 국가산단 유치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경북도는 앞으로도 원자력 산업이 지역을 넘어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핵심 가치다. 이를 위해 국가산단 조기 조성은 물론 원자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SMR를 비롯한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등 주요 정책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24~26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는 원자력 관련 국내 최대 규모 행사인 '2023년 국제 원자력 에너지 산업전'이 열린다. 또 원자력 월드 콘퍼런스, 한국 원자력학회 추계학술대회, 경북 SMR 산업육성 포럼, 경북 원자력수소 포럼 등도 잇따라 연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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