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이지 않는 군대, 강자 쓰러뜨리는 약자의 집요함 '게릴라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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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  수정 2023-03-24 07:45  |  발행일 2023-03-24 제16면
군사학 대가인 저자, 5천년사 고찰

비정규전 이해 돕고 대응방법 제시

472쪽_SAS
제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장거리사막정찰대, 육군 공수특전단(SAS) 등을 운영했는데 이들은 트럭과 지프를 타고 모래바다를 가로지르며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이 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했다. 1943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순찰 중인 공수특전단 대원들의 모습. <플래닛미디어 제공>
보이지않는군대_앞표지
맥스 부트 지음/문상준·조상근 옮김/플래닛미디어/884쪽/4만5천원

약자의 보편적 전쟁 방식인 게릴라전·테러·반란 전과 같은 비정규전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게릴라·테러리스트·반군이 강력한 정규군을 상대로 싸운 수많은 비정규전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기습한 후 민간인 속으로 유유히 자취를 감춰버림으로써 잔인한 보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정규군을 몰아넣는다. 정규군에 대한 민심이 이반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군대'는 아무리 힘이 센 정규군이라 하더라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게릴라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1910년대의 산업화 전쟁, 1930년대의 공중전, 1950년대의 핵전쟁, 1990년대의 네트워크 중심전과 같은 새로운 전쟁 양상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다. 또한 제2차세계대전 이후 반란과 테러리즘은 분쟁의 주된 양상이었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전통적 군사 분쟁은 줄어드는 반면 게릴라와 테러 조직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그 증가 속도도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빠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군대'와의 비정규전은 세계화된 21세기에 더 피할 수 없는 전쟁의 현실이 됐다.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이러한 전쟁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한 빨리 적군을 격멸하려는 섬멸전략을 수행하는 정규군의 전쟁 수행 방식만으로는 치고 빠지기 전술에 능한 '보이지 않는 군대'를 상대하기 어렵다. 또한 대중매체 등장 이후 여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SNS나 언론매체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등 이들의 전쟁 수행 방식은 날로 진화한다.

현대 게릴라와 테러리스트, 반군의 전쟁 수행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특히 고대·중세 시대에는 성지 예루살렘의 유대인들부터 내륙 아시아 유목민, 스코틀랜드 고지대 원주민에 이르기까지 여러 집단에서 게릴라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시의 게릴라전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상 위대한 고대 제국들은 게릴라 집단과 같은 골칫거리를 상대하는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고대 게릴라들은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원시적이다. 이들은 AK-47 소총과 같은 대량살육을 가능케 하는 무기도 없었고 외국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이들은 메소포타미아 제국과 로마 제국을 붕괴시키고 중국 제국의 상당 부분을 전복시켰다. 전 세계 어떠한 통치 조직도 무섭고 무자비한 습격자의 약탈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이 책 '보이지 않는 군대'는 군사학의 대가인 맥스 부트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비정규전의 역사를 연구해 탄생시킨 작품이다. 비정규전 5천년의 진화사를 돌아보면서 수많은 게릴라전과 테러, 반란전과 대반란전의 사례들과 게릴라전의 대가, 테러리스트, 대반란전 해결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정규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이로 인해 도출한 비정규전 5천년의 교훈을 통해 세계화된 21세기에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양상인 비정규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저자 맥스 부트는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예일대에서 역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군사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외교정책분석가로서 국제전략연구소가 선정한 '무력충돌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저서로는 '메이드 인 워(전쟁이 만든 신세계)' 등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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