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현대 중국의 탄생…아편에 찌들었던 中 어떻게 다시 초강대국 됐나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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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  수정 2023-03-24 07:46  |  발행일 2023-03-24 제15면
청 제국때부터 시진핑 시대까지
번영·쇠퇴·위기·회복 되짚으며
400년 현대화 궤적 새롭게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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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뮐한 지음/윤형진 옮김/너머북스/908쪽/5만2천원

'중국의 급부상'은 세계 지형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국면 중 하나다. 우리는 이를 역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명한 중국역사가 존 페어뱅크와 조너선 스펜스의 계보를 잇는 저자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그 배후에 있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앞선 번영의 시기, 쇠퇴의 국면과 그 사이의 위기, 그리고 지난 세기의 집요한 회복 노력을 인지하면서 전통적인 중국 서사를 재검토하고 중국의 현대사를 재개념화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1644년 청 제국부터 시진핑이 집권하고 있는 2017년까지 중국 현대화의 길을 추적한다. 제도라는 렌즈를 통해 청 제국에서 시진핑까지 중국 현대화 400년의 궤적을 새롭고 깊게 풀어낸다.

책은 17세기 중국이 가장 강하고, 부유하며, 번영했던 역사를 되짚으며 시작한다. 18세기 중반 청 제국의 권력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중국은 세계 인구 3분의 1을 지배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강국이었다. 하지만 1830년 이후 안으로는 태평천국의 난이 사회 구조를 무너뜨렸고 밖으로는 아편전쟁이 나라의 주권을 위협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20세기 들어서도 전쟁과 내전으로 곤경에 처했다. 하지만 가족관계의 네트워크, 경제적 독립성, 제도적 혁신, 통치 구조의 재편을 통해 다시 부상했다. 지역의 중심적인 지위를 되찾기 위한 노력 속에서 지도자들은 내부만큼이나 외부를 바라보았고, 번영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 산업 발전과 국제 시장을 탐색했다.

거의 파멸될 뻔한 위기에서 중국은 어떻게 다시 일어서 강대국의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이 책은 붕괴하는 청 제국에서 어떻게 현대 중국이 탄생했는지, 내전과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중화민국 그리고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대표되는 정체되고 광기 어린 마오주의의 중공에서 어떻게 오늘날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는지 그 심층을 헤집으며 중국 현대의 궤적을 새롭고 깊게 포괄적으로 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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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징인 베이징 천안문 광장. '현대 중국의 탄생'은 1644년 청 제국부터 시진핑이 집권하고 있는 2017년까지 중국 현대화의 길을 추적한다.

특히 중국이 쇠퇴했던 이유와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한 배후에 대한 저자의 서술은 전례 없이 새롭다. '현대 중국 만들기'를 부와 권력으로 가는 길에 있던 제도적 약점과 기능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책에서 중국의 급부상은 부분적이고 미완이라며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정치개혁이라 강조한다. 1978년 이후 포용적인 경제 제도에 기반한 경제적 현대화는 정치제도와 분리되었기 때문에 중국이 장기간 지연된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데 실패한다면 경제적 부상이 지속할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한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핀란드의 투르쿠대,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를 거쳐 베를린자유대 교수로 있다가 현재는 체펠린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중국 현대사에 대해 영어, 독일어, 중국어로 논저를 출판했으며, 2009년 출간한 'Criminal Justice in China: A History'로 미국 역사학회의 '존 K. 페어뱅크상'을 수상했다. 책은 이러한 성과를 거둔 후 저자가 착수한 새로운 도전의 산물이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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