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어메니티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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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0  |  수정 2023-04-10 06:53  |  발행일 2023-04-10 제27면

어메니티(amenity)는 생활 편의시설이라는 뜻이 있지만 좁은 의미로는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객실비품으로 인식된다. 특히 고객이 기념으로 가져갈 수도 있는 1회용 목욕 또는 위생용품이라는 고정관념이 굳어진 터여서 그 나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급 호텔일수록 유명브랜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 고객은 수집에 진심인가 하면, 브랜드업체들도 구매력과 충성도 높은 소비층을 확보하는 마케팅 통로로 주목한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호텔 객실에 1회용 칫솔 및 치약이나 샴푸·린스 등을 비치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등 5개 환경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엔 객실이 50개 이상인 숙박업을 '1회용품 사용 제한업종'에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환경보호라는 시대적 취지와 당위성에도 불구, 일부에서는 벌써 불편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칫솔이나 치약 없이 투숙하는 고객 대부분은 플라스틱류의 1회용품을 별도로 구입해서 쓰고 버리는 과정을 겪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숙박비 외에 추가 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호텔 측은 그만큼 절감하게 된다. 배출되는 1회용품 총량이 엇비슷한데 소비자 부담만 커진다는 것이다. 또 샴푸나 린스 등을 대용량 용기에 비치하는 문제 역시 직전 고객이 쓴 것을 써야 한다는 꺼림칙함과 위생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는 모양새다. 꼭 필요하고 가야 하는 방향이 맞는다면 소비자에게 손해가 아닌, 혜택이 주어지는 친절한 행정으로 정책에 적극 참여토록 이끌어내는 디테일도 필요하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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