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 대구시의원
도시가 아름다워지는 일은 중요하다. 축제와 공연, 전시와 공공미술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묻고 싶다. 도시는 더 좋아졌는데, 내 생활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주차는 여전히 전쟁이고, 아이들 교육도 불안하다. 청년은 집값이 비싸서 떠나고, 어르신은 가까운 병원 한 번 가는 길이 멀다. 도시가 '보이기'는 했지만, 삶이 '살아지기'까지는 아직 간극이 크다.
문화예술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제는 우선순위를 바꾸자고 말한다. 도시정책은 '멋있다'로 끝나면 안 된다. 먹고살 수 있어야 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하고, 늙어서도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 꽃은 피웠다. 이제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 열매가 교육이고, 산업이고, 생활의 안전이다.
최근 몇 년간 수성의 대표 공간을 두고 '무엇을 세울 것인가?'가 논쟁이 됐다. 어떤 사업은 '월드클래스'라는 말로 포장되었지만, 정작 주민들은 조망과 개방감 훼손, 예산 부담, 유지관리 비용을 걱정했다. 총사업비가 수백억 원대로 거론되며 논란이 커진 사례도 있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 도시의 매력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개방감'과 '일상의 편안함'이라는 점이다. 문화는 도시의 얼굴이지만, 생활은 도시의 뼈대다. 뼈대가 흔들리면 얼굴도 오래 못 간다.
그래서 앞으로의 수성은 '문화의 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생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수성은 외지에서 번 돈이 흘러 들어오는 소비도시로만 남아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성 안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머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성알파시티는 그 출발점이다. 대구가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블록체인·AI 등 신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온 흐름은 분명한 방향이다. 이제 구정은 '기업이 들어오게'를 넘어 '기업이 버티고 커지게'를 해야 한다. 행정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빠른 절차와 원스톱 상담, 실증 기회, 그리고 인재들이 살 수 있는 생활 여건이다.
교육은 수성의 랜드마크다. 하지만 교육이 집값과 경쟁만 키우면 도시가 지친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길은 '금지'가 아니라 '대안'이다. 학교 수업과 지역 프로그램이 따로 놀지 않게 연결하고, 방과후와 주말에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발표하는 프로젝트형 학습을 늘려야 한다.
생활 경제도 다시 세워야 한다. 들안길은 한때 '대구 외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체성이 흐려졌다. '요식 특화 거리'로 복원해야 한다.
수성못은 더 분명하다. 핵심은 공연장 하나가 아니라 주차와 교통, 그리고 개방감이다. 관광버스와 일반차량 동선을 분리하고, 주차장을 확충하되 '보기 흉하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주차는 지하든 지상이든 '디자인'으로 풀어낸다. 대중교통 연계와 주차 확충, 보행 동선 정리, 소음 기준 적용을 시간대와 구역별로 상시 관리 체계로 굳히는 것, 이것이 도시 운영의 기본이다.
도시정책의 안에는 어떤 집의 밤, 어떤 아이의 등굣길, 어떤 어르신의 하루가 들어 있다. 도시정책은 결국 사람의 하루를 지키는 일이다. 이제는 도시를 살릴 때다. 더 늦기 전에 수성의 다음 단계를 열어야 한다. 보이는 도시를 넘어, 살아지는 도시로. 그 책임을 지기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
전경원<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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