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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영남일보DB |
국민의힘이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가운데, 홍 시장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더 왕성하게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엉뚱한 데 화풀이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나.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 하는 게 어떻냐"고 쏘아 붙였다. 이어 "문제 당사자는 징계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며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김기현 대표를 겨냥해 "강단 있게 당 대표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 있게 한다"며 "입당 30여 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 제 정신으로 당 운영을 하는 건지 어이없는 당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현역 지자체장이어서 해촉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홍 시장은 "나는 지자체장이기 이전에 두 번이나 당 대표를 한 사람이고 전직 당 대표는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는 게 관례"라며 "한나라당 시절 상임고문으로 위촉됐을 때도 아직 젊고 현역인데 부적당하다고 하면서 스스로 사퇴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오후 한 차례 더 SNS에 글을 올리고 "그런다고 입막음 되는 게 아니다"라며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한 달에 책임 당원비를 50만 원씩 내는 사람이다. 이 팀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 남는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라고 지도부를 저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할 것"이라며 "옹졸한 정치는 이번으로 끝내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김 대표와 지도부에 경고했다.
이날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논의 끝에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촉 이유로는 현직 지자체장과 당 상임고문을 겸직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대위 당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홍 시장은 그간 SNS 등을 통해 당 내 현안과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해왔다.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 발(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이슈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날 지도부의 결정과 관련, 당내 비윤(非尹)계도 일제히 반발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상임고문 면직이라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며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김웅 의원은 "막말은 괜찮지만 쓴소리는 못 참나. 차라리 막말을 하라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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