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즐거운 의성 조문국박물관 여행 .1] 역사와 전설의 보물창고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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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1 07:52  |  수정 2023-05-05 08:48  |  발행일 2023-04-21 제14면
옥상정원에 서면 금성산 고분군 한눈에 "역사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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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조문국박물관 1층에 위치한 열린수장고에는 뚜껑 있는 곧은 목항아리, 바리모양그릇받침 등 국가귀속문화재 중 완형 중심의 토기가 주로 전시돼 있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경북 의성군 금성산 아래에는 수백여 개의 옛 무덤이 무리 지어 누워있다. 크고 작은 봉분들의 수만 370기가 넘는다. 이제는 잃어버린 고대왕국이라 불리는 옛 나라, 조문국(召文國)의 흔적이다. 조문국은 삼한시대 초기 의성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고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억겁을 견뎌낸 무덤들은 화려한 장신구와 철제 무기·마구류 등을 토해내며 수천 년 전 이곳에 나라가 존재했고, 많은 이들이 함께 삶을 영위했다는 사실을 소리 없이 전하고 있다. 훗날 그들의 후예는 고분군 인근에 선조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바로 의성조문국박물관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언제 가도 즐거운 의성조문국박물관 여행' 시리즈를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개관 10주년 1만점 넘는 소장유물 전시
인류 기원~의성역사·민속 문화 한눈에
경계 허문 상상놀이터 가족체험 입소문

의성의 고분은 주로 금성면 대리리·탑리리·학미리 일대에 분포한다. 그중 금성산과 오동산 사이 얕고 너른 언덕에 고분이 밀집해 있다. 금성면 고분군이다. 이곳의 무덤들은 5∼6세기쯤인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원형의 봉토분이며 다양한 크기의 분묘가 고루 모여있다. 1960년부터 발굴조사가 시작돼 지금까지 수천 점의 유물이 출토됐고, 숨겨져 있던 조문국의 실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나온 대부분의 유물들은 작은 천(川) 넘어 의성조문국박물관에 옮겨져 있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 살았던 이들의 역사와 전설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물 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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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메인공간인 상설전시실에 진열된 금동관.

◆의성의 역사·문화 흐름을 한눈에

의성톨게이트에서 내려 곧장 의성소방서로 향한다. 소방서를 지나 정미소 앞에 다다르자 갈림길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다시 금성산 쪽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면 의성조문국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박물관 부지가 꽤 넓다. 3만㎡ 규모로 군(郡)지역 시설물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다. 주차 공간도 여유롭다. 정문 앞 우뚝 선 탑리리 오층석탑 모형이 눈길을 끈다. 탑리리 오층석탑은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과 함께 통일신라 전기의 석탑 양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아 국보로 지정됐다.

박물관 외관은 모던하다. 대형 유리를 주요 소재로 활용해 깔끔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가 난다. 금성면 고분군의 모습과 잘 어우러지게 곡선미를 최대한 부각했다. 높이도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올렸다. 파란색 계통의 건물 외관과 주변의 바닥 분수, 조경 등이 조화를 이뤄 청량감을 선사한다.

내부로 들어서도 개방감이 느껴진다. 1층과 2층, 2층과 3층 일부 공간을 보이드 기법으로 디자인했다. 탁 트인 공간을 입구에 의도적으로 배치해 내부 공간이 더 넓어 보인다. 층별 단절감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나뉜다. 1층에는 열린수장고와 강당이 위치한다. 열린수장고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가귀속문화재 중에서 완형 중심의 토기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한 층 올라서면 메인 공간이 나온다. 박물관의 핵심 시설인 상설전시실이 2층에 자리 잡았다. 상설전시실에는 조문국과 관련된 자료와 전시품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삼한시대, 삼국시대 유물 등도 갖추고 있어 인류의 기원부터 의성지역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전시물은 금제귀걸이, 금동관모, 소뿔모양손잡이항아리, 말띠드리개, 은제고리자루 큰 칼 등이다.

이외에도 보물인 정만록, 울릉도사적, 탑리 1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금동신발도 관람 가능하다. 또 영상자료 시청을 통해 당시 사회와 생활양식을 엿보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3층은 기획전시실, 사무실과 함께 옥상정원으로 꾸며놨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매년 다양한 특별전이 열린다. 오는 6월부터는 박물관에 기증·기탁된 유물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진행된다. 유물 기증·기탁자의 이력과 사유 등을 소개하는 홍보 영상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옥상정원에 올라서면 금성산 아래 금성면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정도 크기의 나지막한 언덕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특히 푸른 잔디와 봉분이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곡선은 수려하기 그지없다.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오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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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유물전시관에 가면 다리미 등 선조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개관 10주년…1만점 넘는 유물 관리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의성에서 출토된 유물을 보존·전시하고 학술조사 연구와 문화 교육 등을 병행하기 위해 세워졌다. 2013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만134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귀속 유물이 7천282점으로 가장 많다. 기증 또는 기탁받은 유물도 각각 1천501점, 1천38점에 이른다. 올해에도 국가귀속 유물 2천157점을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2016년 국가귀속문화재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소장 중인 유물의 절반 정도는 금성면 고분군에서 출토된 것들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소장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장고와 전시실, 민속유물전시관을 1년에 세 번씩 모니터링하고 훈증 소독을 한다. 올해에는 제습제 200여 개도 교체할 계획이다. 점검 중 상태가 좋지 않은 유물이 발견되면 즉시 위탁해 보전 처리한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필수다. 표준유물관리시스템에 따라 유물에 고유번호를 매겨 라벨 작업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문국의 다양한 유물을 탐색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2021년부터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MR(혼합현실) 등 ICT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박물관' 서비스를 도입했다. QR코드 등을 활용해 모바일 E-해설사 서비스 등 이용이 가능하다. 사이버 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한 관람과 체험이 가능해졌다. 실제 박물관과 동일한 사이버 공간에서 안내를 들으며 인터랙티브한 관람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우은애 의성조문국박물관 학예팀장은 "의성의 역사가 담긴 유물들은 전시와 교육, 연구 자료로 소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귀속 유물 등을 차질 없이 인수·보전해 다음 세대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성조문국박물관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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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유물 전시장 등 부속·체험시설 다양

의성조문국박물관은 다양한 부속시설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시설물이 민속유물전시관과 상상놀이터다. 민속유물전시관은 박물관 왼편에 위치한다. 전시관 1층에 들어서면 먼저 조문초등 역사실과 만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1970년~80년대 초등학교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선조들이 사용했던 가마, 경대, 유다리 석수, 백자등잔 등 민속 유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유료로 운영되는 가족문화체험실도 1층에 자리한다.

전시관 2층에는 의성에서 전승·보존되고 있는 민속놀이인 가마싸움, 씨름, 연날리기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의성상상놀이터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특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에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놀이터 1층은 어린이 놀이 공간이다. 고대의 성과 에어포켓, 정글짐 등에서 고고 발굴과 탁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2층에는 유·아동 및 성인 도서가 비치된 쉼의 성과 야외휴식 공간인 자연의 성, 망원경으로 고분군과 금성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위치한다. 구미에서 아이들과 박물관을 찾은 박준영(41)씨는 "의성에 이렇게 큰 박물관 시설과 고분이 있을 줄 몰랐다"면서 "박물관 시설은 물론 정원도 넓고 잘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웃었다.

이외에도 박물관 뒤뜰에는 미로 정원, 의성 초전리 지석묘(고인돌), 아기공룡 발자국, 공룡 미끄럼틀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한다. 초전리 지석묘는 옛 금성초등 조문분교 뒷마당에 있던 초전리 지석묘군 1-1호를 의성조문국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발굴·조사한 뒤 이전 복원한 것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 시설은 기본적으로 입장료 없이 관람 가능하다. 단, 일부 체험 시설은 이용료를 받는다. 의성군민은 50% 할인이 적용된다. 상상놀이터 이용료는 유아·어린이 2천원, 청소년 및 성인은 1천원(입장료)이다. 물놀이장 이용요금은 유아·어린이는 3천원, 청소년 및 성인은 5천원이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 : 의성조문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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