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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국악인·서도소리꾼> |
봄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더웠던 오후, 점심 메뉴로 쫄깃하고 새콤한 쫄면과 구운 만두를 주문했다. 면의 소스와 구운 만두의 향긋한 맛과 식감이 어우러져 한 끼를 풍성하게 채워줬다. 문득 전날 밤의 공연 연습 과정이 떠올랐다. 전통음악이 다른 장르와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어가는 연주곡들이 마치 두 가지의 음식이 '단짠(달고 짠)'의 조화를 이루듯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입안에서 맛있게 느껴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 그 순간은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닌 조금은 특별한 예술적 영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서로 다른 음악 장르가 만나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는 '퓨전' 또는 '크로스오버'라는 용어는 청중에게 친숙할 것이다. 서로 다른 색깔이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신한 창작물의 공통분모를 만들어가며, 서로 다른 음악적 요소들이 화음을 이루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다.
국악을 기반으로 한 '퓨전국악'은 한국의 전통음악과 서양의 다양한 음악 장르가 만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이 즐기는 대표적인 음악 장르 중 하나로 안착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구성원 슈가(SUGA)가 발매한 '대취타'는 국악기의 소리에 현대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접목했는데, 더욱 특색 있는 음악으로 후렴구에 태평소 소리가 합쳐져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평소는 이 곡의 성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또한 성악가들이 부르는 '경복궁타령'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전통 민요에 서양적 창법을 더해 노래한 곡들은 전통음악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전통음악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전통음악은 단순한 장르의 혼합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창작과정을 거치는 퓨전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소재로 음악을 더욱 맛있게 하는 기본 재료의 역할을 한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역사가 담겨 있어서 듣는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고 단순히 음악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사회적인 화합과 조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을 먹으며 연습 과정을 떠올린 근원은 국악과 함께 서양음악, 라틴댄스, 한국무용, 래퍼, 민요 등 동서양의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폼(form)美쳤다'라는 내일 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퓨전 콘서트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연주자가 색다른 퍼포먼스를 통해 큰 즐거움과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마치 함께 먹어도 어울리는 쫄면과 군만두처럼. 김단희<국악인·서도소리꾼>

김단희 국악인·서도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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