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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910년 4월21일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타계했다. 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불가사의한 병' '톰 소여의 모험' 등을 통해 자연 존중과 물질문명 배격 가치관을 예술로 형상화했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풍자문학의 외투를 입는다. "예수께서 지금 미국에 계신다면, 그분께서는 기독교인이 되려 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표면상으로는 자유주의 국가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노예제도가 살아있는 미국의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런 까닭에 대중의 귀에 너무나 익숙한 '톰 소여의 모험'마저 동화이면서도 기성사회를 조롱하는 시각이 강하다.
'톰 소여의 모험'은 19세기 미국 남부 미주리주 마을에 뛰어다니는 귀여운 말썽꾸러기 톰의 종횡무진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주된 서사는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라고 명령한 이모를 톰이 속이는 과정이다. 톰은 순진한 친구들에게 그 일을 시켜놓고 자신이 한 양 어른을 놀린다.
톰은 살인사건 누명을 쓴 사람이 석방되도록 만들기도 한다. 진범의 살해 현장을 목격한 톰 일행이 사실을 말해도 어른들은 믿지 않는다. 그들은 '말썽이나 부리는 것들 말을 누가 믿어?'라며 아이들을 무시한다.
이때 일부 어른이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듣는다. 마침내 진범이 도주한다. 톰과 허크는 동굴 탐험을 하다가 그가 굶어 죽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크 트웨인은 순수한 동심을 간직한 사람이 세속에 찌든 인물보다 훨씬 본질적으로 인간답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로마 신화는 건국 시조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기원전 753년 4월21일에 탄생했다고 전한다. 이들이 한날한시에 태어난 것은 쌍둥이인 까닭이다. 둘은 늑대의 젖을 먹고 함께 성장하지만, 결국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인다.
아담과 하와의 맏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인다. 인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었던 마우리아 왕조 전성기의 대왕 아소카는 형과 동생을 죽이고 임금자리에 오른다. 당태종 이세민도 형과 동생을 죽인다.
우리나라도 대단하다. 태종 이방원은 여러 형제를 죽인다. 세조도 두 동생과 조카를 죽인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어린이를 얕본다. 마크 트웨인의 표현을 빌리면 상당수 어른들은 '불가사의한 병' 환자들이다. 누군가는 왕위 때문에, 누군가는 돈 몇 푼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비인간화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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