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드림' 다큐 PD 소민역 아이유…"내키는 대로 사는 소민이 덕에 저도 밝고 심플해졌죠"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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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5  |  수정 2023-05-05 08:26  |  발행일 2023-05-05 제39면
코미디 장르 특유의 텐션과 호흡법 많이 배워

'홈리스' 주제의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계기

철저히 준비하되 상황 따라 버릴 건 미련 없이 훌훌

다음엔 악역이나 가벼운 사랑 얘기도 해보고파

아이유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이유는 4년 전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장편영화에 첫 도전장을 냈다. 칸느영화제에 초청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먼저 개봉을 했지만 사실 촬영은 '드림'이 먼저 진행됐다. 어느새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아이유는 홈리스 등을 다룬 소재가 여배우로서 감당하기 버겁지 않았냐는 질문에 "없었다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당시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에서 사연이 많은 역할을 주로 소화했기에 소민처럼 밝고 쾌활한 인물을 꼭 연기하고 싶었다"고 참여 배경을 소개했다.

▶완성본을 처음 감상한 소감은.

"오랜 기간 작업을 했던 작품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배우들끼리도 소문만 무성했던 결과물을 드디어 만났는데 재밌게 봤어요. 늘 봤던 대본인데도 웃기는 부분은 웃기고, 마지막 부분은 찡하고…. 감독님이 정말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번에 맡은 소민이라는 캐릭터가 그동안 제가 맡았던 역할 중에서 가장 사연이 없고 밝은 인물이에요. 또 영화가 전체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도 따뜻하고 좋아서 참여하게 됐어요."

▶사연이 없는 역할이어서 좋다고 했는데, 전작에서 연기한 인물에서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았나요.

"그동안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영향을 엄청 받는 사람이라고 요즘 좀 느끼는 것 같아요. 소민처럼 밝은 역할을 촬영할 때는 확실히 저라는 사람도 심플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이병헌 감독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감독님이 처음 대면 미팅을 하던 날 제게 '진짜 한다고 할 줄 몰랐어요'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냥 안 할 것 같으셨대요. 그래서 제가 한다고 했을 때 대개 의외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작품을 할 때 이병헌 감독님은 캐릭터에서 개개인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주신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이유2

▶코미디 장르를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유지해야 되는 텐션이랑 호흡, 스피드가 있어요. 또 감독님 현장이 대개 스피드해요. 저는 감독님이랑 처음 작업을 했던 건데, 다른 분들은 이병헌 사단이라고 할 정도로 합이 좋은 분들이어서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초반에는 중압감을 이기는 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작업을 통해서 배운 게 있다면.

"내가 준비한 것을 빨리 버리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는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고, 미리 준비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때가 있어요. 내가 준비한 것에 기대지 않고, 준비를 철저히 하되 버려야 되는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버림으로써 여러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법을 배웠습니다."

▶감독이 아닌 아이유 배우 본인의 생각도 작품에 녹여냈나요.

"이병헌 감독님은 제가 작업한 어떤 분보다도 청사진이 명확한 분이셨던 것 같아요. 대부분 장면에서 감독님 의견에 맞춰 제가 따라갔어요. 다만 차림새, 의상 등에서 제 의견이 가미되기도 했어요."

▶함께 작업한 박서준 배우에 대해서도 한 말씀.

"박서준씨랑 찍은 모든 신에서 감탄했다는 것밖에 없어요. 똑같이 현장에서 디렉션을 받았는데 서준씨는 바로 감독님께 오케이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고 진짜 재치와 순발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럽기도 하고요. 사담을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먼발치에서 보기에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죠."

▶'말맛'이 살아있는 영화라는 평이 있어요. 대사량도 많은 편인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대사가 재밌는 대본들은 외우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요. 쏙쏙 특징적으로 잘 쓰신 대본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외우기 쉽죠."

▶소민이라는 캐릭터를 집약하는 대사를 꼽는다면.

"(웃음) '이 미친 세상에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닌가' 하는 부분요. 뭔가 소민이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한 줄인 것 같아요. 소민이 원래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흔들리는 공간에서 나도 같이 흔들리고 있으면 그건 흔들리는 게 아니야' 이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사는 사람 같았어요."

▶헝가리에서 해외촬영을 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까요.

"외국인 보조출연자분들이 힘들어하셨어요. 헝가리의 기온 차가 매우 컸는데, 아침에는 매우 추워요.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는 머리가 뜨겁지요. 춥고 덥고를 반복하는데, 그분들은 가만히 앉아 계셔야 되니까 힘들어서 중간이탈자도 많이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도 축구를 좋아하고, 잘 하시나요.

"촬영 중 대기시간이 길어서 수시로 게임을 했어요. 벌칙으로 공을 차기도 했지요. 저는 축구에 소질이 없답니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보면서 화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만히 있는 공을 차기도 어려운데 굴러가는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웃음)

▶영화를 보고 남는 아쉬움이 있나요.

"모든 작품이 그렇고 다른 배우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다시 찍으면 훨씬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그런 아쉬움은 당연히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보다도 제가 한 것에 비해서 정말로 감독님의 덕을 많이 본 작품인 것 같아요."

▶홈리스를 주제로 했는데 촬영을 하고 나서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것을 이 영화 전에는 몰랐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이벤트라고 생각했어요. 물리적인 집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나를 보호해 주는 공간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소민이나 홍대는 돌아가서 누울 곳은 있지만 사실 이 사람들도 어디 하나 마음 두고 의지할 데가 없는 점에서 홈리스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 몸 누일 곳이 없는 사람들이 갖는 꿈이라는 자체가 이 영화에 딱 드러나는 주제 의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요. 또 조금 덜 착한 사람들의 덜 깊은 사랑 이야기 같은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싶습니다. 사랑에 목숨 거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적당히 사랑하고 헤어지고 거기에 대해서도 딱히 상처받지 않는 그런 이야기요…재밌지 않을까요. (웃음)"

글=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사진 제공=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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