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현빈도 못 넘은 '티켓플레이션'… 비싼 푯값으로 한국영화 흥행부진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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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4  |  수정 2023-05-04 11:29  |  발행일 2023-05-04 제17면

 한국영화계가 잇단 흥행 부진과 대외적 악재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대작들이 잇따라 관객동원에 실패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위기에도 건재했던 영화관들은 급기야 누적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조직을 결성해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배우 박서준·아이유 주연의 영화 '드림'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반가움은 잠깐이었다. 이후 일본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게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여기에 대작 할리우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어 1위 탈환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CGV 등 최근 2년간 관람료 급상승

성인 주중 1만4천원·주말 1만5천원

관람객들 영화관 티켓가격 부담 커

 

150억 투입 황정민·현빈 주연 '교섭'

손익분기점 350만명…관람은 170만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 30%도 안돼

영화관들 정부·국회차원 지원 요청

 

앞서 조진웅·이성민 주연의 '대외비'는 총제작비 100억원을 투입한 대작영화로 개봉 전 기대감을 키웠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195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야 했지만 75만명 수준에 그쳤다. 이뿐 아니다. 15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은 손익분기점이 350만명이지만 170만명 정도가 관람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설경구·이하늬 주연의 '유령'은 제작비 137억원에 관람객 66만명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반기 한국영화 대작들이 잇단흥행 실패를 겪고 있는 데 반해 일본영화는 휘파람을 불고 있어 대조적이다. 지난 1월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무려 45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슬램덩크는 개봉한 지 넉 달이 지났음에도 팝업스토어, 브랜드관 개설 등으로 마지막까지 흥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또 3월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관람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감독이 보은의 차원에서 내한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점유율에서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은 29.2%에 그쳤다. 코로나 피해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은 무려 64%였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고전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코로나 기간 구독자를 늘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티빙 등 OTT의 가파른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자본을 갖춘 OTT들은 국내외 주요 작품들로 풍성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홀드백(극장 상영이 끝난 후 다른 플랫폼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의 단축도 한몫했다. 코로나 이전 홀드백 기간은 평균 6개월 이상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극장 상영 후 한두 달 만에 OTT로 볼 수 있게 된 것. 따라서 관객 상당수가 힘들게 영화관에 가지 않고 조금 기다렸다가 OTT로 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영화 티켓가격의 고공행진 역시 관객이 영화관을 멀리하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들은 최근 2년간 전례 없는 수준의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성인 영화관람료는 주중 1만4천원, 주말 1만5천원이다. 코로나 이전 1만1천원에 비하면 편차가 크다. 영화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누적된 적자, 고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관람료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관을 찾는 데 주저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 대학생 관람객은 "주말에 친구와 영화를 보며 팝콘에 커피라도 마시면 지출이 10만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영화티켓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영화카페, SNS 등에는 관람객의 불만이 속출한다. "영화관들이 코로나 핑계로 티켓가격을 올렸으니 엔데믹이 가까워진 만큼 이제는 내려야 한다" "비싼 극장 관람료를 생각하면 차라리 조금 더 기다렸다가 OTT에서 영화를 보겠다" 등의 글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항준·최동훈 등 유명 감독들이 공식석상에서 티켓가격 인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최근 영화관들이 관람료를 소폭 인하하기도 했다. 

 

주요 영화관 체인은 조직을 결성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10월 한국영화관산업협회를 발족했다. 협회는 언론기고 등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초래된 업체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영화관산업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한 영화홍보사 대표는 "지금 한국영화는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제작사들이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대작·중작 가리지 않고 돈 가뭄이 심각하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하반기쯤에는 한국영화 개봉작을 만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나 영진위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영화계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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