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대교 ‘형산강 통과’ 노선 “시민 안전 위협할 수도”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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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6 17:56  |  발행일 2025-10-26
태풍·홍수 위험 상존…환경·생활 여건 부적합
기존 사업과의 충돌로 행정 혼란 초래
형산강 전경. <포항시 제공>

형산강 전경.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 영일만대교 건설을 위한 노선 검토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형산강 노선'이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도시계획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형산강 노선이 재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자 '힌남노' 태풍을 겪은 바 있는 시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 형산강은 2018년 이후 홍수예보가 해마다 발령되고 있다. 특히 2022년 힌남노 내습 때 지류인 냉천 범람으로 시민이 숨지고 포스코가 멈추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환경부는 국비 8천여억원을 투입해 제방 설치·보강 및 퇴적토 1천360만㎥ 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형산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영일만대교 검토 노선 중 하나인 형산강 노선의 경우 다리가 형산강 둑을 따라 건설되며, 이 경우 하천환경정비사업과 그 목적이 정면으로 배치된다. 형산강과 칠성천 인근에 교량이 들어서면 하천 통수단면적의 부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포항시민은 "힌남노 당시 교각에 부유물 등이 쌓이면서 물 흐름이 막혀 범람이 일어났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오히려 다리를 없애도 모자랄 판에 홍수 위험이 큰 형산강에 새롭게 다리를 짓는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형산강 노선은 도심과 주거지를 직접 관통하게 돼 보상협의 지연 및 주민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미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형산강 노선 건설 시 강변 하부에 매설된 주요 하수관로를 이설해야 하지만, 관로 이설을 위한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약 549억원을 들여 지은 철강산단 완충저류시설의 여러 구조물도 이설해야 해 예산 중복투자를 초래하게 된다.


이 외에도 형산강 교량은 섬안큰다리나 신형산교보다 높게 설치될 가능성이 커 도심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되며, 포스코 야간조명이나 포항불빛축제 등의 시각적 효과마저 훼손될 수 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하천구역 내 교각 설치는 환경훼손과 수질오염 위험 때문에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승인 지연 가능성도 높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러한 이유로 형산강 노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형산강 노선이 위험하다는 비판이 지역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해상노선을 꼭 성사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일만대교는 현재 KDI가 해상·형산강·육지 3개 노선을 대상으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쯤 노선 확정이 예상된다. 앞서 영남일보 여론조사(10월21일자 3면 보도)에서는 해상 노선을 선호한다는 시민의견이 형산강 노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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