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는 보수의 호구다

  • 이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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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9 18:36  |  발행일 2025-12-09
이종화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종화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제 지방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대구는 너무 조용하다. 물론 민주당이 내란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방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부산은 상황이 다르다. 부산은 벌써 시장선거를 위한 전선이 형성됐다. 정권 차원에서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겼다. 가덕도 신공항에 이어 이번에는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공약으로 부산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게다가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해운회사들도 가세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부산시장 출마를 노린다는 해수부 장관이 나섰다. 대구와는 너무나도 비교가 된다. 대구시장이 하고 싶은 정치인들은 대구의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데 염치가 있다면 대구를 위해서 뭐라도 하겠다고 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기야 대구 정치인들은 원래 조용했다. 조용히 있다가 공천만 받으면 다 찍어주니까 괜히 미리 나설 필요가 없었다. 아마 이번 지방선거도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연히 당선되는 그런 상황이 이어질 것 같으니 그저 조용히 준비만 하고 있다가 막판에 공천이 가시화되면 서울에 올라가 당권 실세들이나 공천 영향력이 있는 자들에게 로비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대구에서 굳이 일을 벌일 필요도 없다. 일 안하고 안 나서도 공천만 받으면 다 찍어주는데 뭐하러 일을 벌이겠나.


대구가 '왜 이 모양이 됐냐'고 묻는다면, 대구의 정치인들을 보면 알 것 아닌가라고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십여년전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근무할 때도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시 부산시 사업에 예산 반영 안 시킨다고 부산시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수 차례 불려가 압박을 당했다. 심지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까지도 부산의 사업이라면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정작 대구시 출신 국회의원들에게는 전화 서너번 받은 것이 전부였다.


대구는 참 불쌍하다. 맨날 공천만 받으면 다 찍어주는데 정작 국민의힘은 보답으로 해준 것이 뭐가 있었을까? 이번에도 이대로 가다가는 조용히 공천만 받아 시장이 될 것이 뻔하다. 이러니 대구는 맨날 찬밥 신세다. 내가 보기에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 아니라 보수의 호구다.


대구 신공항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K2 비행장으로 대구시가 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데, 그조차도 국가가 당연히 이전하고 보상해줘야 할 것을 정부는 튕기며 안해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도 안해줬다. 그 막대한 규모의 공군기지 이전 사업은 대구시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기부대 양여라는 방식으로 군공항을 이전하게 만든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오히려 군공항 이전을 가로막는 특별법이다. 그럼에도 대구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조용히 단체로 세미나 한 번 했던 것 외엔 더 한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일하지도 않고 그저 자리만 노리는 대구의 정치판. 경제가 안되면 정치라도 돌아가야 되는데 이제 대구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은들 뭣하나, 뽑아줄 사람이 없는데. 대구는 차라리 예전같이 정부에서 시장을 내려보내던 시절이 더 좋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종화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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