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하무인=황당하고 무례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얘기다. 상임위원장 자녀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한다? 부적절한 처신이다. 나중에 지웠지만 모바일 청첩장에 카드 결제 링크를 걸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수금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조롱했다. 지난 21일 과방위 국감 현장. 박정훈 국힘 의원이 류제명 과기부 2차관에게 "축의금 냈느냐?"고 묻자 류 차관은 "냈다"고 답변했다. 피감기관이라면 내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을까. 최민희 위원장의 변명은 해괴했다.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은 신경쓰지 못했다나. 동문서답인지 스무고개인지 헷갈린다. 축의금 반납 소동도 코미디 같은 얄궂은 풍경이다.
또 최 위원장은 과방위 비공개 국감에서 답변을 거부한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켰다. 갑질이거나 언론에 대한 오만의 발로다. 더욱이 MBC를 "국민의힘 편향방송"으로 몰아붙였다니 공감하기 어렵다. 면박을 주고 국감장에서 쫓아냈다면 박성제 전 MBC 사장의 지적대로 "지위를 이용한 안하무인"이다. MBC 기자회는 "공영방송 임원 퇴장 명령은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발했다.
# 오불관언=4년 연속 국회 국감 회피. 김건희 논문 부실 검증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대 김지용 이사장이 이 어려운 미션을 시전하고 있다. 국정감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해외로 나른다. 폐소공포증이라면서 장거리 비행에 미국 장기 체류가 웬 말인가. 국회 교육위원회는 김건희 논문 표절 면죄부를 둘러싼 저간의 사정을 묻고자 매번 김 이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4년째 무위다. 박사학위는 취소됐으나 '멤버 yuji'란 신박한 콩글리시를 선보였던 학술지 게재 논문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 이사장의 상습적 국감 기피는 '나는 그 일에 상관하지 않았다'는 암시로 비친다.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법망이 성기어 증언대에 세우지 못하는 건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김 이사장의 노하우가 탁월한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캄보디아 내 한인 감금·스캠 범죄를 두고 연일 이재명 정부를 공격한다. 오불관언? 하지만 국힘과 윤석열 정권은 캄보디아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 정부 때인 2023년 경찰청 외사국을 폐지해 국제 범죄 대응력 약화를 자초했고, 캄보디아에서 한인 납치범죄가 조직화할 때도 캄보디아에 대한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을 대폭 늘렸다. 그 과정에서 김건희-통일교 커넥션이 작동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조현 외교부의 미숙한 일처리와 늑장 대응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 급심경단="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문재인 정부 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설화다. 정작 본인은 강남에 살면서 던진 이 말은 아파트값 상승과 맞물리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의 "집값 떨어지면 돈 모아 사라"는 발언은 장 전 실장과 내용이 다르지만 맥락은 관통한다. 이 전 차관은 분당 아파트를 살 때 갭투자를 했다. 내로남불 언행과 폐쇄적 편견이 닮은꼴이다. 급심경단(汲深綆短)은 깊은 우물물을 긷기에는 두레박 줄이 짧다는 뜻으로, 능력이 모자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15억이면 서민 아파트"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잇단 설화는 정부여당 능력에 의구심을 촉발한다. 10·15 대책의 연착륙도 시험대에 올랐다. 공급 로드맵을 포함한 후속 대책이 실력의 가늠자가 될 듯싶다. 논설위원
최민희 딸 혼사 축의금 소동
보도본부장 쫓아내는 무례도
국민대 이사장 4년 국감 회피
정부여당 설화 능력 의구심
10·15 대책 시험대에 올라
박재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