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열광에…유통가도 "매워야 산다"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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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9  |  수정 2023-05-19 08:19  |  발행일 2023-05-19 제10면
"눈물·콧물 쏙" 매운 맛들인 업계 신제품 속속 등판

스트레스 한 방에…삼양, 이달 '불닭볶음탕면' 국내 재출시

팔도는 국내 컵라면 최고 맵기 '킹뚜껑' 이어 팝콘도 선보여
불경기가 지속되면 시민의 소비 행태가 변한다는 속설이 있다. 국내에선 불황일수록 매운 음식이나 식품이 잘 팔린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자극적인 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여겨 '매운맛' 제품 수요가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운맛에 열광하는 국내외 소비자

소비자 열광에…유통가도 매워야 산다
기존 왕뚜껑보다 약 3배나 더 매운
'매운맛' 제품이 요즘 유통업계 매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GS25가 판매하는 매운맛 식품의 가짓수는 최근 3년간 해마다 늘어났다. 운영상품 중 △매운 △HOT △스파이시 등의 단어가 포함된 상품 수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17개를 기록한 후 매년 꾸준히 상승세다. 주요 인기제품은 '진라면 매운맛컵면' '틈새라면 매운고기짬뽕' '농심 매운맛 새우깡' '치킨25 핫할라피뇨 치킨' 등이다.

매출도 상승했다. 최근 3개월(2월1일~4월30일)간 판매한 해당 상품들의 올해 매출 상승률은 41.9%였다. 지난해는 38.7%였다.

소비자 열광에…유통가도 매워야 산다
BBQ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출시하는 신제품 '레드착착'. 제너시스BBQ 제공
매운맛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소스류도 강세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매운맛' 소스로 유명한 불닭소스의 매출은 지난해 36% 이상 늘어났다. 불닭볶음면을 맛본 소비자들이 액상스프만 따로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아서다.

출시된 불닭소스를 구매한 '매운맛 마니아'들의 소스 활용법도 화제다. 라면뿐만 아니라 감자튀김이나 치킨, 떡볶이, 볶음밥 등 여러 음식에 불닭소스를 뿌려 먹을 수 있다. 한층 더 매운 라면 맛에 도전하고 싶다거나 다른 음식에 활용하는 사례도 자주 등장했다.

최근 들어 매운 음식을 즐기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매운맛 제품이 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을 먹으며 해소하고자 하는 소비 심리도 작용했다. 매운맛을 체험하고 즐기는 챌린지가 유행하는 것도 '매운맛' 열풍을 부채질했다.

◆매운맛 제품 속속히 출시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도 매운맛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팔도가 선보인 '킹뚜껑'은 매운맛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3월 정식 출시된 '킹뚜껑'은 한정판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킹뚜껑의 스코빌 지수(SHU·매운맛을 수치화한 지표)는 1만2천SHU다. 현재까지 출시된 국내 컵라면 중 가장 수치가 높다. 기존 왕뚜껑보다 약 3배나 더 맵다.

소비자 열광에…유통가도 매워야 산다
불닭볶음면(왼쪽)과 불닭소스. <삼양식품 제공>
당시 '킹뚜껑'의 인기는 대단했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판매 수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초도물량 150만개도 한 달 만에 완판됐다. 동일 수량을 추가 생산해 앙코르 판매를 진행할 정도였다. 이 기세에 힘입어 팔도는 신제품 '킹뚜껑맛 팝콘'도 선보였다. 킹뚜껑 특유의 매운맛을 팝콘에 담아냈다. 매운맛을 살리기 위해 고소한 팝콘에 자체 개발한 '킹뚜껑맛 시즈닝'을 더했다.

매운맛의 대표 주자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국내에서 단종된 '불닭볶음탕면'을 이달 국내에서 출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달 내로 불닭볶음탕면을 국내에서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불닭볶음탕면은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달리 국물이 있는 '불닭 시리즈' 제품이다. 꼬들꼬들한 칼국수를 연상시키는 면발과 매콤한 불닭볶음면의 소스 국물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SNS상에서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2016년 처음 출시됐지만 해외 판매에만 집중하겠다는 회사 측 방침으로 2018년 불닭볶음탕 봉지면 생산이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컵라면 판매도 중단됐다. 현재 불닭볶음탕면은 국내에선 구할 수 없다. 해외 직구 등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불닭볶음탕 한 봉지(5개 묶음)를 구매하려면 배송비까지 포함해 3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라면 한 봉지 가격이 6천원인 셈이다.

소비자 열광에…유통가도 매워야 산다
<삼양식품 제공>
이 때문에 '불닭볶음탕면' 마니아들의 원성이 자자했었다. 지난해부터 불닭볶음탕면 재출시 요청이 쇄도했다. 올해에만 1천건을 넘어섰다. '매운맛 마니아'들의 요청에 결국 삼양식품도 손을 들고 불닭볶음탕면을 재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매운맛 제품도 개발돼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얼얼하게 매운 마라맛 소스를 버거에 접목한 '마라로드' 등 이색 햄버거 3종을 선보였다. 여름 시즌에만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마라로드' 버거는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매운맛인 '마라 맛' 트렌드를 반영, 중독성 있는 마라맛 버거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치킨과 비프, 새우 세 가지 종류의 버거로 출시해 고객의 선택지를 넓혔다. 각각의 패티와 강렬한 마라 소스의 조합에 따라 다른 매력을 자랑해 골라 먹는 재미도 더해졌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매운맛'을 찾는 모양새다. 한국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가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 해외에 진출한 유통업계는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BQ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35개 매장에 '레드착착'과 '블랙페퍼' 2종류의 핫황금올리브 치킨 시리즈 판매를 시작했다. 차별화된 매운맛으로 미국 현지인의 입맛 공략에 나섰 다. '레드착착'과 '블랙페퍼'는 2020년 매운맛을 통해 스트레스 푸는 것을 즐기려는 고객을 타깃으로 출시한 핫황금올리브 시리즈 메뉴다. '레드착착'은 황금올리브치킨에 하바네로 고추를 활용한 레드 시즈닝을 뿌린다. '블랙페퍼'는 후추 특유의 개운함과 알싸함으로 얼얼한 매운맛의 풍미를 더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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