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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사회부장 |
'이슬람'이라고 하면 우리는 'IS' '탈레반' '9·11 테러'를 떠올린다. 무장단체와 테러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있으니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다. 그래서일까.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를 반대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가만히 잘 살던 동네 집값이 갑자기 떨어진다는데 어느 누가 쌍수를 들고 반대하지 않겠나. 주민들 입장에선 사활을 걸고 내 재산을 지킬 수밖에 없다.
지난 토요일(20일) 오후 대구 도심은 거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중구 동아쇼핑 건너편 달구벌대로 5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막힌 탓이다. 대현동 주민들과 종교단체 신자들이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달구벌대로는 명실상부 대구의 동서를 잇는 대동맥(왕복 10차로)이다. 그만큼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도로를 주말 오후 숨통을 절반 이상 조였으니 교통체증이 오죽했으랴.
영문도 모른 채 수 ㎞ 앞에서 거북이걸음으로 차를 몰던 운전자들은 집회를 보고서야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울화통이 치밀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있는 건 아는데, 공공 도로를 점거한 집회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느냐"라는 문제의식이다. 이날 집회로 수많은 시민이 도로에서 허비한 시간과 연료 등 사회적 비용을 따진다면 아마 천문학적일 것이다. 이를 누가 보상해 주나. 미안하지만 아무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 그날 재수 없이 그 일대를 지나간 운전자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이게 현행법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줄여서 '집시법'이라고도 한다.
다시 이슬람으로 돌아가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시쳇말로 '노(NO) 답'이다. 경북대 유학생들로부터 시작됐는데, 날벼락은 북구청이 맞은 형국이다. 주민들은 북구청을 원망하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 사원 건축을 허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북구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해 줬다. 오히려 불허하면 행정력 남용으로 몰릴 텐데 도리 있나.
경북대 측은 먼 산 불구경이다. 경북대 학생과 교수들은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캠퍼스 안에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대현동 주민들이 이슬람교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주민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다.
보다 근본적인 기저부터 짚어보자. 이슬람을 혐오하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호의적인 이미지도 있다. 바로 '만수르'다. '갑부' '억만장자'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만수르는 실존 인물이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빈 술탄 빈 자이드 빈 칼리파 알나얀'이 본명이다. 참 길기도 하다. 그나마 줄여서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이라 부른다. 어쨌든 우리에겐 만수르가 익숙하다. 재산이 무려 390억달러, 한화로 약 51조4천억원에 달한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부통령직도 맡고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 EPL(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확정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만수르는 이슬람 교인이다. 그의 존재만으로 이슬람은 부의 상징이다. 대현동에 IS가 아닌 만수르를 입히면 어떨까. 만수르의 사원이 있는 동네랄까. 홍준표 대구시장도 K2 후적지를 개발하는데 두바이가 일군 '사막의 기적'을 벤치마킹한다는데….
진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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