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드림팰리스 김선영·이윤지 "남편 목숨값으로 아파트 장만…비극적 울림"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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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6 08:50  |  수정 2023-05-26 08:50  |  발행일 2023-05-26 제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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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역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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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역 이윤지

오는 31일 개봉하는 '드림팰리스'는 화려한 액션과 대자본 영화들이 사랑받는 요즘 극장가에서 조금 결이 다른 작품이다. 촉망받는 신예 가성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인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김선영·이윤지 배우는 깊이 있고 절제된 연기로 입체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각각 28년, 20년 차의 노련한 두 40대 여성배우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와 산업재해 희생자의 유가족이라는 첨예한 이슈들에 맞서 가정을 책임진 여인이 우리 사회가 만든 두터운 편견의 벽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실감 나게 보여주었다.

가성문 감독은 2010년 국내에서 벌어진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보며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아파트들이 할인분양에 들어가는데 놀랍게도 입주한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할인을 받은 새 입주자를 막아서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가 감독은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보면서 동시대 사회적 현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남은 자들끼리 싸우는 모습에서 미분양 사태와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 이야기가 서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둘을 엮어서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족의 드림팰리스를 지키기 위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혜정' 역의 김선영 배우는 지난 4월 '제20회 아시안필름페스티벌(로마아시아영화제)'에서 '부조리의 무게를 짊어지고 폭발하는 연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김= "혜정은 회사에서 사고로 죽은 남편의 부당함과 보상을 두고 2년간 투쟁하다가 결국 합의를 보고 고단한 시위를 그만둔 여자예요. 그녀와 함께했던 사람들은 그녀를 일종의 배신자로 여기고 있죠.

거기서 영화는 출발하는데, 혜정은 모든 걸 잊고 다시 열심히 돈을 벌고, 고등학생 아들과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인물입니다."

△이= "혜정과 같이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었고, 혜정의 제안으로 남편 사고의 진상규명 시위를 시작하게 됐지만 혜정이 기업과 합의한 이후 막역했던 둘 사이는 멀어졌지요. '수인'으로 사는 동안 밥도 맛있게 먹히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수인의 입장에 솔직하게 다가가 그의 입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혜정 역 김/선/영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읽었을 때처럼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딜레마 빠져
배역 몰입 위해 현장에서도 홀로 지내

수인 역 이/윤/지
과일씨가 목에 걸린 듯 불편한 삶 몰입
수인의 입장이 되니까 밥맛도 '뚝'
김선영 배우의 폭발적 에너지에 감탄



▶시나리오의 첫인상과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김=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강력하게 끌렸던 것은 합의를 본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이에요.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 합의를 본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깊게 조명한 이야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20대 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을 때처럼 '이상한 울림'이 있는 시나리오였고, 옳고 그름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에 대한 질문이 느껴졌어요.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죠."

△이= "시나리오가 어둡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남편을 잃은 두 여자가 나오고, 남은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우리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집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거기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고 입장도 엇갈려요. 씨가 목에 걸린 듯 불편한 지점이 있는 삶, 저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이야기 속의 수인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부분도 같은 생각에서였던 듯합니다."

▶첫 연기호흡을 맞췄는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김= "40대 아줌마 두 명이 나오는 영화라면 대개 자식의 결혼사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주제인데, 모처럼 두 여자의 서사가 있는 시나리오를 만나서 반가웠어요. 사실 촬영하는 동안에는 윤지 배우와 거의 말을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끝나고 난 뒤에 끈끈한 그리움 같은 게 생겼죠. 이번 영화에서 윤지 배우를 만났다는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만남이 쭉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선영 언니와 만나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함께 연기할 때 느껴지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어요. 배우 혼자 첫 신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끌고 가는 에너지에 설득당하는 듯했지요. 선영 언니는 혜정이라는 인물이 가진 강함과 여림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게 말을 건넨다면.

△김= "'소주 한잔 합시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말보다는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 "현장에서 주로 혼자 있었어요. 감독님이나 이윤지 배우와 간간히 나눈 의논들 외엔 그렇게 외롭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하고 있어야 혜정의 외로움이나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 어딘가 배어 나올 것 같았나 봐요."

△이= "장례식장에 다녀온 혜정과 우리 집 창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신이 있는데 방범 창살을 가운데 두고 대화를 나눠서 매우 한정적 표현만 가능했어요. 서로의 감정이 폭발 직전이었는데, 대화를 마치고 창문을 닫았을 때 창밖 혜정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카메라도 없는 어둠 속 집 안에서 숨죽여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김= "더 많은 혜정의 서사와 연기를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지만 러닝타임 관계상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어요. 시나리오가 워낙 울림이 있었기 때문에 편집된 부분이 아쉽기도 해요."

△이= "혜정을 연기한 선영 선배님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혜정과 수인의 드림팰리스는 과연 어디일까 하는 의문도 함께 하게 됐구요."

글=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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