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2023년 대구 부동산 시장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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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  수정 2023-05-31 07:59  |  발행일 2023-05-31 제15면
현재 미분양은 과거와 달리 파격적 마케팅 쉽지 않아
미분양도 문제지만 실제 시장에 충격주는 건 미입주

금융위기 때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2023년 대구 부동산 시장

2023년 대구의 아파트시장은 미분양 등의 측면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하지만 현재의 미분양은 과거와 달리 파격적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미입주 문제가 크게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조사분석 제41호'에 게재된 '미분양을 보면 시장이 보인다-대구 사례를 중심으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의 대구 부동산 시장은 2008년 때와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1만3천199세대의 미분양과 2023년 3만여 세대의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2008년에는 미분양이 2만1천세대가 넘으면서 정점을 찍었고, 입주 물량 3만2천세대였다.

하지만 현재와 2008년의 미분양 상황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15년 전인 2008년 미분양의 상당수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세 전환이나 할인 분양을 통해서 분양 마케팅이 용이했다.

실제 2008년 미분양 정점을 찍은 뒤 2009년부터 할인분양과 전세 전환으로 본격적인 미분양 마케팅이 시작됐다. 당시 분양가격의 30% 수준 가격으로 전세를 놓으면서 미분양 세대의 입주가 단시간에 이뤄졌고 이러한 단지들이 2년 후 할인분양을 통해 미분양이 해소됐다.

하지만 현재 대구의 상황은 2021년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생기기 시작해 공사가 진행 중인 미분양이다. 대부분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파격적 마케팅이 쉽지 않다.

 


물론 최근 후분양 아파트 중 과거의 마케팅 전략을 준비 중인 단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할인 분양이 등장했고 전세 전환을 고민하는 단지들도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전세도 현재와 2009년 상황과 차이가 있다. 2009년 당시 전세를 통해 우선 입주를 시키고 만기 후 세입자에게 분양전환을 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대부분 건설사가 전세를 놓았기 때문에 선순위가 없어서 전세 전환이 쉬웠다. 그러나 최근 전세 전환을 하는 단지들은 대부분 시행사가 위탁자로 돼 있다. 신탁사가 수탁자로 돼 있어 전세 계약을 신탁사와 해야 한다. 여기에 금융기관이 1순위 우선 수익자로 돼 있어 전세금이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에서 전세 보증을 받아 전세 전환을 해야 하는데 신탁사나 우선수익권자와 협의가 쉽지 않다.


미분양도 문제지만 실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미입주다. 대구는 2022~2024년 7만8천호의 입주물량에서 입주가 시작됐다. 3년 동안 입주하는 물량이 지역 가능 수요의 6년치 물량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미분양과 달리 미입주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분양 당사자도 신용의 불이익을 당하겠지만 시행사나 건설사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위험에 노출된다. 금융기관도 중도금 대출 상환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었고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시장 개입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의 외부 변수가 합쳐져 빚어진 만큼 최소한 이들에게 숨쉴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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