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신라 대구, 오는 30일까지 박두영 개인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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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2  |  수정 2023-06-11 15:58  |  발행일 2023-06-12 제18면
작가가 처음 활동했던 1980년대 초반 작품들로 구성
'미술은 무엇이며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 문제 탐구
갤러리신라 대구, 오는 30일까지 박두영 개인전
박두영 'Page45'

박두영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갤러리신라 대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1980년대 초반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그동안 작업실 화재나 기타 사정으로 유실되거나 훼손된 것들을 오랜 기간 수복·재현한 종이 작업들(7점)과 다시 프린트한 사진 작업들(10점)이 전시된다.

박두영은 청년 시절 '미술은 무엇이며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종이나 사진 작업으로 제작해 발표했다. 이 시기에 비트겐슈타인, 넬슨 굿맨, 붓다, 노장(老莊) 등 동서양의 사상을 접하고 알게 되면서 '세계가 마음에서 나오고 마음은 언어에 지배되어 있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런 태도로 동시대의 개념주의 미술이나 전통의 인문 가치에 깊이 공감했으며, 앞선 미술을 돌아보고 평가해 스스로의 가치로 내재화 하는 것이 미술의 길이며 작가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전시된 종이작업들은 △물리적 양괴(量塊)가 없이 텍스트(개념)만으로 이루어진 조각 △이미지를 감추고 언어 개념만으로 제안된 바다 풍경 △이미지에서 기호를 추적하는 의식 작용 △정보 매체 또는 지성의 도구나 자본주의 소비재로서의 페티쉬를 표시하는 기호(記號) 장치로서의 '페이지45' 등이 있고, 사진 작업으로는 △미술 가치를 실존적 수행의 결과물로 실험한 것 △이미지에 연결된 언어와 마음의 문제를 제기한 작품들이 있다.

1992년 이후 박두영은 보색 배열이나 줄무늬 패턴을 반복하는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형 가치나 이념성, 이미지의 서사에 의존함이 없는 매우 중성적인 화면을 가진 그림들이다. 너무 단순해 함의를 바로 읽어내기 쉽지 않지만 작가는 적어도 30년 이상 이 작업에 분투하고 있다.

갤러리신라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1980년대의 시대정신과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거점인 대구 지역에서 활동한, 이른바 '70년대 현대미술제 이후세대'의 고뇌와 성찰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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